장례비의 부담 문제에 관하여


▲ 문성식 변호사

결혼이나 장례는 개인이나 가족에게도 큰일이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돈이 들어가다 보니 결혼이나 장례 뒤에 다소간의 불편한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비용 문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원만한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간혹 “내 말대로 하지 않으려면, 법대로 하자”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분이 있고,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되기까지 한다.

최근 서울 가정법원은 장례비용과 부의금의 처리에 관하여 자세한 기준을 설명하는 내용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우선 장례비용에 관해 가정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례비용은 민법 제1000조 및 제1003조에 규정된 상속의 순위에 의해 가장 선순위에 놓인 자들이 각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부담함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원칙은 ‘특정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됨이 마땅하다’라고 판단했다.

즉 장례비용의 부담은 상속에서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망인과의 친족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함이 옳은 것이므로, 예를 들어, 1순위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장례비용 부담의무는 면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법원은 ‘부의금이란 장례비에 먼저 충당될 것을 조건으로 한 금전의 증여’이고, 따라서 ‘접수된 부의금 금액이 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아닌 가족(편의상 이들을 ‘부의금 피교부자’라고 한다)별로 다르더라도 동 금원은 모두 장례비로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라고 했으며 그 구체적인 충당 기준에 관하여는 ‘만일 부의금의 총 합계액이 장례비를 상회한다면 부의금 피교부자별로 접수된 금액의 비율대로 각 금액에서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은 각 부의금 피교부자별로 귀속되게 하고, 부의금의 총 합계액이 장례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접수된 부의금은 모두 장례비에 충당되고, 나머지 장례비용은 위에서 본 원칙에 따라 장례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자들이, 그들이 상속을 받을 경우 적용되었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가정법원 판단은 종전 부의금 처리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위 법원의 판단기준이 다소 복잡한 듯 하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부의금이 장례비보다 많다면, 부의금을 받은 각 상속인들은 장례비 총액 대비 자신의 상속분 만큼 부담하면 되는 것이고, 부의금이 장례비보다 적다면, 부의금은 모두 장례비에 우선 충당되고, 상속인들은 부족한 장례비를 자신의 상속분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