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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원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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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의 49.6%, 절반에 가까운 부모들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양육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 대해 너무 과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남자 나이 30에 결혼을 했다고 하면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서까지 양육의 책임을 진다는 이야기이다.
이때쯤이면 정년이 가깝고 자신들의 노후 준비 시기와 맞물리고 있어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자녀들을 대학 졸업 시까지 양육해야 한다는 사고는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대학 입학 시까지만 책임지는 그런 사고가 자리 잡아야 할 것으로 본다. 자녀들에게 독립심을 키워주는 교육프로젝트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양육비 지출에 관한 통계이다. 양육비 지출은 자녀의 연령이 올라가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아기(0~2세) 2466만원, 유아기(3~5세) 2937만원, 초등학교(6~11세) 6300만원, 중학교(12~14세) 3535만원, 고등학교(15~17세) 4154만원, 대학교(18~21세) 6811만원으로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자녀 한 명에게 총 2억6200만원의 양육비가 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녀 두 명, 세 명을 둔 가정은 가히 천문학적인 양육비가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양육비 부담은 저출산 풍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서 무지갯빛 정책을 쏟아놓고 있지만, 누가 좋아서 출산을 하겠는가?
지출항목을 살펴보면 사교육비 지출이 단연 으뜸이었다. 전체 양육비의 23%를 차지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부모들의 허리가 휘청거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망국론까지 대두될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단연 1위이기 아닌가. 게다가 자녀가 2~3명이라면 양육비는 더없이 치솟는다. 학교 주변을 둘러보라. 다양한 종류의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학교를 포위하고 있는 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교육비 과다 지출로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는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고액 과외 학원을 단속하겠다든지, 입학 사정관제 추진, 특목고 우대 방지, 대학선발 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등의 대책은 그 내용이 미흡하기 그지없다. 지난 해, 정부는 교육방송 강의를 잘 들으면 수능이 문제없다고 까지 자신만만했었다. 그러나 수능이 끝나고 교육방송 강의를 믿고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 해법은 공교육 강화에 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다. 사설 학원에 가는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지 못하고선 망국적 사교육 폐해를 해결할 수 없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자는 학생들의 모습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억, 억 신음소리와 함께 등골이 휘는 사교육비 부담을 감내하며 학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건 학교 교육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를 비롯, 주요 교육 정책이 단골메뉴처럼 바뀌니 불신과 혼란이 커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땜질식 처방으론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 해결을 절대 할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의 주요사업이다. 이 사업을 단시간 내에 업적위주로 해결을 하려하니 매번 헛발질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입시교육 시장 규모는 7조6730억원으로 2005년 3조9907억원에서 불과 4년 만에 92.3%나 증가했다. 예체능을 제외한 전국의 입시학원 숫자도 3만947개에서 5만4714개로 폭증했다.
지난 해 여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국가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교육을 마칠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교육부문은 세계 2위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학생도 학부모도 교육 당국도 전혀 행복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자녀 양육 책임 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 보고서가 우리나라 부모들의 행복찾기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어느 날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어 왔을 때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날을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인생은 두 번 반복되지 않는 소중한 것이다.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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