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지난 3.11 일본대재앙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다양한 방송매체들이 보도하는 우리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우리 국민 각자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반응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안증’입니다.

이번 재앙으로부터 우리가 받는 직·간접적인 피해는 없는가? 우리나라는 그런 대재앙으로부터 안전한가? 그런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대안과 해결책이 있는가? 그런 대재앙을 미리 예측할 방법은 없는가? 사회지도층과 지식인들로부터 시작해서 일반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이런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증이 대중적으로 표출된 것이 최근의 미역, 다시마 사재기 현상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김, 미역, 다시마 등을 평소에 이미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어서, 지금은 그토록 부산 떨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실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하면 그 정도의 해조류 섭취로는 해독되지 않기에, 어차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특정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즉 ‘불안증’ 때문에 불필요하거나 이득 없는 소동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증’은 단순히 가까운 일본에서 대재앙이 일어났기 때문에만 생기는 현상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정부분은 국민성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흔히 ‘귀가 얇다’고 표현하는 심리적 ‘쏠림’ 현상이 대중적 차원에서 다반사로 벌어집니다. 무슨 사건이나 이슈만 제기되면, 냉철하게 앞뒤 따질 겨를도 없이 국민들의 여론과 행동이 한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이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좋게 표현하면 ‘순발력’이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나쁘게 표현하면 너무 ‘감정적’이라는 뜻입니다. 냉철한 이성적 상황판단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관점이나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습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런 잘못된 습성에 때문에 국가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대재앙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반응은 ‘대승적인 이웃사랑’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앞으로도 수십 년 간 ‘원수’라는 감정을 가지고 살지 모릅니다. 바로 과거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스포츠를 하든지 일본과 만나기만 하면 사생결단을 낸다는 각오로 덤벼듭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에게는 월드컵의 어떤 경기보다 한일간 경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월드컵 4강에 들어도 한일대항 경기에서 패하면, 축구선수들은 죄인들마냥 고개를 떨구고 언론까지 가세하여 선수들과 지도부를 비난해댑니다. 또한 타인을 매도하는 말들 중에 ‘친일’이라는 표현만큼 사회적 지탄을 유발하는 단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재앙에 무너진 일본을 보며, 가장 빨리 그리고 실제적으로 일본을 도운 국가는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119 구조대원들은 일본경찰들조차 엄두도 못내는 위험한 구조현장에 기꺼이 뛰어 들었습니다.

도시마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일본 국민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최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정신대 할머니들조차 매주 수요일 정기 시위를 멈추고, ‘일본인들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추모집회를 열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재앙을 당한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리며 애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서 진정한 한국인의 위대한 힘을 보았습니다. 원수를 원수로 갚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원수를 진심 어린 사랑으로 갚는 것은 ‘위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승자의 여유’입니다. 패자나 소인배는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남들이 베푼 은혜마저도 악으로 갚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적들이나 상대방의 아픈 마음까지도 배려하며 넓은 가슴으로 그들을 품습니다. 자신이 떠안게 되는 부담과 고통을 너그러운 미소로 감내해냅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세계 앞에 보여준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이 재난과 전쟁의 참화로 고통하고 있는 이 때, 원수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지닌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짓밟아야만 승리하는 세상이 아닌, 승자와 패자가 모두 함께 웃고 기뻐하는 세상을 만들 큰 꿈이 바로 우리 한국인들 가슴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그 힘을 지금 이웃과 가정에서 보여 주십시오. 여러분의 삶이 변할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