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옛 중국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원숭이를 무척 좋아해서 그의 집에서 많은 원숭이를 길렀습니다. 저공은 원숭이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저공의 집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그 많은 원숭이들을 도저히 먹여 살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심하던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이렇게 제안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너희들에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씩의 도토리를 주겠다. 괜찮겠지?” 하지만 원숭이들의 반응은 의외로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공은 또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들에게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씩의 도토리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상은 『열자(列子)』 황제편에 실린 고사성어 ‘조삼모사’의 내용입니다. 현재는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하지만 이 고사성어는 우리가 내뱉는 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실제 이 글이 실린 『열자』에는 이런 해설이 달려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와 마찬가지여서, 사물은 다 현명하고 어리석음에 따라 설복되는 것이다. 성인이 밝은 지혜로 여러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묘하게 설복하는 것도, 저공이 간사한 지혜로 원숭이들을 교묘하게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말하는 것과 실행하는 내용을 바꾸지 않고서, 어리석은 원숭이들을 화나게 하기도 하고 기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즉, 똑같은 말이라도 표현방법에 따라 확연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며칠 전(2011.3.28.) 유명 일간지 기사들 중에 눈에 띄는 2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ㅈ’일간지의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ㄷ’일간지의 연재기사 “정치가 한국병이다: 독설-낙인찍기에 갇힌 정치”였습니다.

전자(前者)는 대북전단 살포가 남남(南南)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을 지목하며, 아무리 정당하고 필요한 행위라도 그 본래 뜻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지혜롭게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후자(後者)는 같은 내용을 담은 말이더라도 표현방법에 따라 훨씬 설득력 있고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특히 후자의 기사를 일부 인용하자면, 어느 정당의 “지금 ○○당과 국민들은 ○○○ 정권의 말로를 보는 것 같다. ○○○ 독재정권 종말의 신호탄을 보는 것 같다”는 논평을 “○○당은 국민들과 함께 ○○○ 정권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고 싶다. 독재정권의 비참한 말로가 아니길 바란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내용은 거의 동일하지만 상대방을 훨씬 덜 자극합니다. 당연히 반응도 훨씬 더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사회는 지금 ‘조삼모사’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해야 할 일도, 넘어야 할 산도 많은데, 사회 곳곳이 비생산적인 논란으로 멍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권(利權)만 걸리면 목숨 걸고 달려듭니다. 모두 함께 잘살아보자는 ‘상생(相生)’은 ‘이미지’ 포장용 말일 뿐, 현실적용 가능한 명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번 일본대재앙을 겪으며, 우리국민의 초미의 관심은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자전방향과 풍향을 고려하면, 일본의 방사능오염물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본의 방사능오염물질이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있고, 하다못해 북극을 돌아 우리나라로 남하할 것이라는 기사(2011.3.28. 동아일보)가 등장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첨단부품 공장들이 멈춰 서면서 전자IT 산업을 비롯한 각종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급기야 일본의 자동차부품 공장들이 멈추면서, 전 세계 자동차공장도 함께 멈출 판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2011.3.28. 한국일보). 이것이 바로 이웃의 ‘불행’을 즐길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 방법이 없습니다. 세계화는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세계화의 결과는 ‘무한경쟁’임과 동시에 ‘상생’입니다. ‘상생’은 상호존중 및 배려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우리의 일상 ‘표현’을 고쳐야 ‘상생’할 수 있습니다. ‘상생’이 우리 개인과 민족의 ‘경쟁력’입니다. 당신의 경쟁력을 보여주십시오. 지금 당신의 가족과 이웃에게 봄날의 햇볕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십시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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