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진실을 이야기 하는데 무슨 죄가 되냐?’라며 반문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흔히 오해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없는 사실을 말하는 경우에만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게 된다’라는 것이다. 거짓이 없기 때문에 하늘 우러러 부끄러울 것이야 없겠지만, 형법상 처벌까지 면하기는 쉽지 않다.

갑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차기 회장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의 유력한 경쟁자는 을이고, 갑이 알고 있기에 을은 예전에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전력을 갖고 있었다.

평소 갑은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전과가 없는 깨끗한 사람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되어야 한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에, 을의 출마 자체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갑은 ‘전과자가 회장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을은 예전 자신의 잘못을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사퇴해야 한다’라며 선거운동을 했다. 갑은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게 되는 것인가?

우리 형법 제307조 제1항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갑은 명예를 훼손한 것이기에, 명예훼손에 따른 갑의 처벌은 피할 수 없다.

갑이 허위의 사실을 말했는가, 진실한 사실을 말했는가는 처벌 받게 되는 형량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명예훼손의 성립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만약 을의 전과 사실이 허위라면, 갑은 형법 제307조 제2항에 따라 307조 제1항보다 가중 된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만약 을이 다른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수 억원을 횡령해 처벌 받은 바 있고, 갑이 또 다른 피해를 막고 아파트 입주자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사실 그대로 말했다면, 갑의 행위는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에, 갑의 처벌은 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해 결정된다.

그러나 형법 제310조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 성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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