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에서의 자백


▲ 문성식 변호사

혼자 소송을 진행하다가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은 법리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어떻게 입증을 해야 하는지 몰라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인데, 간혹 상담하기에 난처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갑은 A라는 원단을 금 1억 원에 납품하기로 하는 구두 계약을 체결한 뒤 납품했는데 을로부터 금 5,000만 원만 지급받았다며 을을 상대로 금 5,000만 원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자.

갑은 자신이 제기한 소송에서 을로부터 금 1억 원을 받기로 하고 원단을 납품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런데 을은 법정에 출석하여 A라는 원단을 금 1억 원에 납품 받기로 한 사실과 그 중 금 5,000만 원만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A 원단 때문에 금 5,000만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으니 갑의 청구가 부당하다고 다투었다.

위 사안에서 을은 갑으로부터 A라는 원단을 금 1억 원에 납품 받았는데 물품대금으로 금 5,000만원만 지급함으로써 미지급 대금이 금 5,00만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고, 이는 당사자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자백에 해당하며, 자백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288조에는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법원은 을의 미지급 물품대금이 금 5,000만원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을이 주장하는 손해 발생 여부만을 판단하면 되고, 을은 이제부터는 손해발생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이처럼 자백은 법원까지도 기속할 만큼 중요한 것이고, 일단 재판상의 자백이 성립하면 그것이 적법하게 취소되지 않는 한 법원도 이에 기속되는 것이므로,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에 관해 성립된 자백과 배치되는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8.10.24.선고 87다카804판결 등 참조).

만약 위 사안에서 을은 금 1억 원에 구두로 발주 한 후 원단을 받아 본 뒤 품질을 이유로 갑과 사이에 납품가를 금 7,000만 원으로 조정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는데 이와 같은 사실을 미처 주장하지 못한 채 미지급 물품대금이 금 5,000만 원이라고 잘 못 인정했다라고 하자. 이런 경우라면 을은 미지급 물품대금이 금 5,000만 원이라고 인정한 종전 자백이 진실에 어긋나고 착오에 기인한 것임을 증명함으로써 종전 자백을 취소할 수 있는데, 납품 받은 뒤 구두로 납품가를 금 7,000만 원으로 조정했다는 사실 입증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고, 결국 위 사안은 을의 미지급 물품대금이 5,000만원이라는 것을 전제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사소송에서의 자백이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이므로, 나홀로 소송을 하더라도 답변이나 주장을 함에 있어서는 사실관계를 꼼꼼히 되짚어 본 뒤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