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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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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갑이 을로부터 이자 연 12%의 조건으로 금 100만원을 차용하였다고 하자. 그러면 1년 뒤 갑이 갚아야 하는 돈은 112만원이 되는데, 갑은 돈 갚을 날이 되자 수중에 있던 금 100만원만을 을에게 지급하면서 '원금을 우선 변제 하겠다'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였다면, 원금 100만원은 모두 변제된 것인가?
우리 민법은 제479조에서 '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의 비용 및 이자를 지급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한 때에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갑은 법이 규정한 순서와 달리 일방적으로 금 100만원이 원금에 우선 충당하는 것으로 지정할 수 없다.
다만, 을이 갑으로부터 위와 같은 통보를 받은 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갑과 을 사이에는 금 100만원을 원금에 우선 충당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갑이 지정한 것처럼 금 100만원은 원금에 충당될 수 있게 된다. 만약 을이 갑의 일방적인 원금 충당에 대해 반대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갑이 변제한 금 100만원 중 12만원은 이자에 우선 충당되고, 나머지 금 88만원이 원금에 충당되는 것이며, 따라서 갑은 원금 12만원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를 여전히 부담하게 되고, 이에 대한 연 12%의 이자도 계속 발생하게 된다.
갑의 채무가 여러 개 있는 경우,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없다면, 그 변제 순서도 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갑이 을로부터 금 100만원을 연 5%에, 금 200만원을 연 12%에 차용하였다고 하자. 만약 갑이 금 100만원만을 우선 지급하고자 한다면, 금 100만원은 위 두 개의 채무로 인해 발생한 이자에 우선 충당되고, 나머지는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원금에 충당하게 된다. 만약 위 두 개의 채무가 모두 이행기에 도래하였다면,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우선 충당되게 된다.
예를 들어 갑이 2009. 1.경 변제기를 2011. 1.로, 이자를 연 5%로 하여 금 100만원을 차용하고, 2010. 1.경 변제기를 2011. 1.로, 이자를 연 12%로 하여 금 200만원을 차용한 뒤, 위 2개의 채무 변제기가 도래한 2011. 1. 우선 금 100만원을 변제하였다고 가정하자. 갑이 금 100만원을 변제하는 2011. 1.경 금 100만원에 대한 이자는 금 10만원, 금 200만원에 대한 이자는 금 24만원이 되는데, 이자 우선 충당 원칙에 따라 갑이 변제한 금 100만원 중 34만원은 이자에 충당되고, 나머지 66만원은 변제기가 모두 도래한 위 두 개의 채무 중 변제이익이 많은 것에 충당되어야 한다.
그런데 금 200만원 채무는 이자가 연 12%이기 때문에, 금 66만원은 연 12%을 조건으로 차용한 원금 200만원 변제에 충당되는 것이 갑에게는 이익이 된다. 결국 이후 갑은 원금 134만원과 이에 대한 연 12%이자, 원금 100만원과 이에 대한 연 5% 이자를 지급해야 모든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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