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제연 논설위원 |
||
둔감하다 하면 둔하고 어리석은 느낌이 많이 들고, 둔감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 기술한 둔감함은… 둔감 ‘력’이라고 콕찝어 말한것 처럼 둔감함의 힘에 대해 풀어 놓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개인 또는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성장능력이나 기본적인 어느 정도의 재능은 필요하나 그것을 크게 갈고 닦을 수 있는 것은 강하면서도 우직한 둔감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둔감력(鈍感力)이란 사소한 일에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실제의 행동으로 옮기는 대범함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의지력을 말한다.
고이즈미 일본 전 수상도 정치인이 너무 여론을 쫓아간다든가 반대하는 목소리에 신경을 쓰다보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소신껏 밀고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고 정치인 가운데서도 둔감력이 뛰어난 분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의 나라 안 밖에서 벌어지는 사회지도층과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진정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 환경에 둔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정책의 현실성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정치행태로 규정된다. 대중영합주의, 인기영합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4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몰락,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분열을 일으켰던 태국의 탁신 전총리, 산유국 베네스엘라를 마이너스 성장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우고 차베스 정권 등의 사례가 오늘날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를 하고있다.
반대로 둔감력을 가진 리더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선진국 진입의 시금석 역할을 한 정치인들도 있다.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의 구조개혁사례, 2000년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어젠더2010”, 중도실용주의로 브라질 경제를 부흥시킨 룰라의 사례가 그렇다.
지금 우리는 포퓰리즘이 경쟁이 됐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으려는 유혹이 시작된다. 야당이 하면 여당이, 여당이 하면 야당은 한술 더 뜬다. 진보-보수의 구분도 없이 우리나라 정치는 통제 불능의 포퓰리즘 경쟁이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타임오프제 폐지, 전·월세 상한제 등등 모두 정부 재정을 매개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전가 시킴으로서 내가 혜택을 입는 정책들로 국민들은 사분오열로 편이 갈라지고 있으며 정치인은 앞뒤 가리지 않고 표만 된다면 식의 책임 없는 망발을 하고 있다. 둔감력을 가진 사회가 아쉽고 정치인이 아쉬운 때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귀양을 가 있던 벗 김기서(金基?)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가 택선고집(擇善固執)함은 그 선택함이 본래 정밀하기 때문이오 만약 애초에 선택이 잘못 되었는데도 굳게 지키는 것만이 덕으로 여긴다면 북원적월(北轅適越)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오”라고 했다.
택선고집은 좋은 것을 가려 굳게 지킨다는 뜻이다. 굳게 지키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선택 이라면 지킬수록 헤메고 마침내 딴 곳으로 도착하게 된다. 북원적월은 북쪽으로 수레를 몰아가면서 남쪽 월나라로 가려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
지하철을 타고 방향을 착각하면 서울로 가려다 천안으로 가는 수가 있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렸는데 목표에서 그만큼 멀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않될 것이다. 열심히 하느냐 보다는 제대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 가는 방향이 바른지 부터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지하철을 잘못 탔다면 아집을 버리고 즉시 내려 갈아타야 한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타임오프제 폐지, 전·월세 상한제 등으로 야기된 우리나라의 정치현실과 사회상황을 보며 정약용 선생이 벗에게 보낸 편지 북원적월이란 의미와 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을 되새겨 볼일이다.
김제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