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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채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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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감태준은 ‘흔들릴 때마다 한잔’을 읊조렸지만 요즘같이 유혹이 난무하는 세상에선 이러다간 취중인생이 될 터, 아니 벌써 취중세상이 온 것은 아닐까. ‘탄식이 생활의 배경음이 돼버린 오늘이다.’라는 말을 아니 어느 누가 아니다 라고 하겠습니까?
여러분! 보리고개를 기억하십니까? 아니면 보리고개란 말을 아십니까? 이때만 되면 지난해 곡식은 바닥이 나고, 올 농사는 갈 길은 먼데 노잣돈도 없이 해가 저문 첩첩산중에 있는 형국입니다. 저는 6.25전쟁 이전에는 이북에 살았기에, 기막힌 삶을 살아봤기에, 자신 있게 말씀 드립니다.
배고픈 삶을 이겨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낫을 들고 호미를 들고 산으로 들로 나섰습니다. 쑥을 뜯었고 소나무 껍질을 벗겼습니다. 훑었습니다. 그리고 보리밭에 나가서 웃자란 보리를 훑었습니다.
헌데, 애들은 어쩜 그렇게 줄줄이 많이들 낳았던지요, 엎친 데 덮친 격 이지요. 지금이야, 저도 밥깨나 먹고 행세깨나 하는 사람이 되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당시엔 “아이구야… 이런 세상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캄캄하기만 했었습니다. 오죽하면 “내일 죽더라도 밥이나 실컷 먹었으면…” 이런 생각을 다 했겠습니까….
요즘 시절 좋아졌지요? 좋아지다 못해 지나친 면도 있습니다. 밥은 물론이고 피자다 햄버거다 뭐다 해서 손만 뻗으면 먹을게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바빠서 못 먹지, 없어서 못 먹진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요새 밥 굶는 사람이 어딨어?’ 이런 얘기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밥 굶는 사람이 있어요. 정말이에요, 있습니다.
쌀이 없어서 아침밥을 못 먹고 점심도 못 먹는 사람들이 많고, 또 식당 하시는 분들 얘길 들어보면, 배가 고프니 밥을 좀 달라고 해서 얻어먹는 어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북한이나 아프리카 얘기만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국민소득이 만 달러네 복지국가네 하면서 콧노래만 부르고 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내 이웃 아무개가 살림이 어렵다는 얘길 들었는데, 밥이나 제때 먹는지… 먹고 있다면 반찬은 뭘 먹는지… 관심을 좀 가져주시면 어떨까요?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해마다 하지요? TV에서 성금을 걷고, 신문사에서 접수하고 구세군 종을 울리며 자선냄비에 성금을 받고… 참 좋은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겨울이 가고 다시 봄, 여름, 가을이… 다 가도록 우리는 입을 싹 닦아요. 언제 불우이웃이 있었느냐는 식입니다.
모두 바쁘시고, 여가가 없으시지요? 그래도 눈을 돌려서 관심이라도 보여주는 일… 이것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가 아닙니까?
인간의 삶에서 가정이 제일 소중하지 않습니까? 가정이 평안해야 우리 사회도 평안합니다.
어려울수록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교훈으로 알자는 말씀을 간절한 마음으로 드립니다.
박규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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