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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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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의미의 보수주의자가 아닙니다. 보수주의자들조차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법적 판단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교도소 수감자들의 경우 최소치의 인권만을 인정하였기에, 수감자가 이가 부서질 정도로 교도관에게 맞아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반인들의 인권조차 심각하게 제한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학교 당국자가 약물소지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3세 소녀를 발가벗기고 검사한 것을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은 발언의 자유가 전혀 없다는 의견까지 개진했습니다. 하다못해 자신이 흑인이면서도, 흑인들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매우 냉정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 분이 미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소위 법리상의 ‘원본주의(originalism)’를 철저히 고수하고 있을 뿐입니다. 법리상의 원본주의란 ‘헌법은 오직 헌법을 만들고 승인했던 사람들의 관점에서만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즉 현재의 미국헌법은 약200년 전의 사람들의 시각에서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상식과는 너무나도 안 맞는 황당한 법리이지만, 미국 법학계에서는 나름대로 지지기반이 있는 이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분은 자신의 신념을 흔들림 없이 굳게 지키는 분입니다.
하지만 200년 전의 시각으로 현재의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을 판단하다보니, 그의 의견은 일반적으로 너무나 독특하고 황당합니다. 그는 미연방 대법관들 사이에서 소수의견은 도맡아 내놓으며 끊임없이 ‘외톨이’의 길을 걷습니다. 시쳇말로 ‘예쁜 구석은 한군데도 없는’ 인물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를 향하여 분노와 좌절을 느끼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를 하야시킬 방법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입니다. 즉 본인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사망하기 전에는 그를 미연방 대법관직에서 끌어내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의 논리와 사고방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사회는 과연 이런 인물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진문명일수록 포용력이 크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다름’은 모든 탁월한 창조성의 모태(母胎)일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단의 획일적인 사고(思考)에 의해 무시되거나 간과(看過)될 수 있는 진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을 주도하는 우파(右派)들의 위협에 맞서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고 역설(力說)하는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들에 대하여 생각해보십시오. 보수적인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은 분명 ‘매국노(賣國奴)’입니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초월하여 진실을 밝히는 그들이 있기에, 일본국민의 지성은 그나마 현재의 수준이라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도 공공연하게 언론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중국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아십니까?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지성인들 중에는 사회주의 중국정부의 위협에 맞서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용감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역사침탈’이 이 정도 수준에서 머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똑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우리사회는 과연 이런 소수의 ‘다른 사람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포용할 수 있을까요? ‘대다수’와 다른 ‘소수’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사회가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사회의 진정한 저력과 창조성을 발견하기 원합니다. 소수의 ‘다름’은 우리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고, 다수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봅시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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