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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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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되는 해병대 사건들은 범국민적인 냉철한 판단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총기난사와 자살의 비보(悲報)에 해병대의 사기(士氣)는 땅에 떨어지고, 해병기의 군기(軍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해병대의 지도부는 정당한 군령(軍令)을 세울 도덕적 근거를 잃었고, 해병대의 전우애는 극도의 불신감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해병대 자체만의 문제로 축소하여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해병대 지도부와 몇몇 관련 실무자를 처벌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냉철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 작금(昨今)의 해병대 사건들은 단순히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작게는 우리 군 전체의 문제이며, 크게는 우리사회 전체의 병폐입니다. 기사화되지 않았을 뿐, 우리 군에서는 매년 수십 명씩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군대 사망사건의 절반 이상이 자살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자살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있으며, 대수롭지 않게 처리됩니다.
그러나 우리 군의 자살문제는 그렇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 개병제(皆兵制)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감당해야 합니다. 즉 개인은 국방의 의무에 관한 한 선택의 자유가 없고, 국민의 인권조차도 국방의 의무를 위해서 심각하게 제한됩니다. 그렇기에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군입대에 대하여(무의식적인)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런 국민감정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피해가는 유명 인사들은 가혹한 비난을 받습니다. 만일 군대가 모병제(募兵制)라면 군대의 자살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있지만, 군대가 개병제인 이상 국가는 병사들에 대하여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가가 병사들을 무책임하게 방치한다면, 군대를 회피하려는 젊은이들과 그의 부모들에게 어떻게 도덕적인 책임을 물을 수가 있겠습니까?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본능이 아닙니까?
정치권과 군지도부는 국민들의 소중한 ‘아들들의 목숨’을 당당히 요구할 도덕성을 회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 병사의 생명이 결코 자신들의 생명 혹은 자신들의 아들들의 생명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합니다. ‘나라면’ 혹은 ‘내 자식이라면’ 그런 근무환경에 두겠느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따라서 특히 병사들의 안위(安危)와 복지(福祉)에 직결되는 비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군지도부는 국민의 생명을 요구할 도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해병대뿐만 아니라 모든 군대가 ‘군대다워야’ 합니다. ‘무엇이 군대다운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군대조직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군대는 탁아소도 아니고, 놀이동산도 아닙니다. 즉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놓는 것에 의의가 있는 조직도 아니고, 모인 사람들이 부질없이 시간을 때우거나 오락을 즐기는 사교(社交)장도 아닙니다.
군대는 개인의 의지와 감정을 초월한 ‘정당한 군령’이 서야하는 곳입니다.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는 전장(戰場)에서도 ‘돌격 앞으로’의 명령이 지켜져야 하고, 온갖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민의 안위를 책임질 수 있는 강인한 국민의 방벽(防壁)이 되어야 합니다.
병사들의 생명을 귀히 여긴다는 말과 군령을 세운다는 말은 결코 상반(相反)되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군대의 특성상 ‘군기가 빠지면’ 더 많은 사고가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이들에게 일시적으로 비위를 맞추려는 얄팍한 이벤트가 아닌, 깊은 (인생)철학이 담긴 ‘병영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권과 군 지도부의 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병영문화’는 곧 우리사회의 문화가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정치권과 군지도부는 막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사실상 현재의 군대 문제는 우리나라의 공교육 문제와 쌍둥이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철학의 부재(不在)가 ‘교사의 위상과 학생의 인권 문제’와 맞물려 엄청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군대철학의 부재(혹은 혼란)가 ‘군령확립과 병사인권’의 문제와 맞물려 현재의 고통스런 결과를 빚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고민도 없이 조속히 문제를 덮으려는 포퓰리즘(populism)식 ‘대책 발표’는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사회 전반에 대한 깊은 철학과 통찰력을 지닌 훌륭한 지도자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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