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랑방 탄생을 꿈꾸며


▲ 박현규 논설위원

#. 매실과 사랑방 그리고 친구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유용한 비상약은 무엇일까? 감기약, 진통제, 우황청심환 .... 모두가 중요하지만 매실만큼이나 할까?

고려시대부터 천년을 사랑받아온 매실은 유해균 특히 대장균이나 식중독균을 죽이는 카테킨산이 있으며, 매실향을 내는 피루브산은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가하면, 유기산은 피로를 풀어주고, 신맛은 위액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기도 한다.

예로부터 “삼독(음식, 피, 물의 독)을 없앤다”고 할 만큼 해독작용이 있어 숙취에 좋은가하면 사과보다 철분이나 칼슘이 평균 5배나 많아 빈혈이나 골다공증예방에도 탁월해 여성에게는 더욱 유용하고 음식물의 부패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매실의 종합적인 효능 때문에 우리의 조상들이 배탈이 나거나 체했을 때 가정상비약으로 사용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가치있게 여기는 진정한 이유는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낯선 손님이 사랑방에 계시게 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즐거워졌습니다.’ 주요섭작가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소설내용처럼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기대감도 사랑방이 주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웬만한 어느 집에도 있었던 장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사랑방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한다.

이러한 이유로 매실과 사랑방은 유사성이 있으며 사랑방이 ‘몸만 가더라도 나를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필요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와도 무관하지도 않다. 매실과 친구 그리고 사랑방, 최근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이 3가지의 조합은 점점 중요성을 더해 갈 것 같은 생각이다.

#. 노후와 친구

최근 노인문제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1년 통계청의 보고내용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1.0%로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독거노인 4명 중 3명은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향후 자녀에게 의탁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중 본인이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은 33.6%에 불과하고, 자녀나 친척에게 도움을 받는 노인은 43.5%에 달하고 있다.

노인가구의 32.1%가 소득이나 재산이 전혀 없어 자식이나 정부의 보조 없이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현실이다. 추후 생산연령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2026년에는 과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노후의 3대 위험은 건강, 빈곤, 외로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돈 없으면 늙어서 더 서럽다`는 말이 있듯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장수(長壽)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삶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며 여기에 할 `일`과 `친구`를 포함해 노후의 3대요건 이라고 한다. 인생 전반전이 가족과 자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을 위해 산 인생이라면 후반전은 자기가 주체가 되고 자기가 디자인해 직접 실행해야한다.

급속히 변화되어가는 문화 속에서 이웃이나 사회적인 배려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후문제만큼은 사주팔자나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 내야하는 만큼 멋있는 후반전을 지금부터라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 독일에서 찾은 사랑방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을 때였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방문한 식당주인은 탄광 광부로 이곳으로 왔단다. 역시 간호원으로 파견된 아내와 결혼을 하였고... 자녀가 커가는 바람에 귀국치 않고 이곳에 정착해 식당을 시작하였는데, 이 근처에서는 교포뿐만 아니라 독일인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이라고.... 맛도 맛이지만 한국인 특유의 인정으로 점점 인심을 얻어와 이제는 이웃들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오는 아지트가 되었으며, 메뉴와 상관없이 음식을 별도로 주문하고 가족행사 초대를 이곳으로 하는 가정이 있는가하면, 재료를 준비해 와서 요리를 부탁하고 이웃과 나누어 먹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라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독일에 와서 우리를 모아놓고 “우리나라가 못살아서 여러분들을 고생시킵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한 후 눈물로 뒷말을 잊지 못하자, 우리 모두도 울음소리로 답하며 한참을 옆 사람과 부둥켜안고 가난의 설움을 느낀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나라가 이렇게나 잘 살고 있어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우리를 울고 웃긴 주인아저씨의 구수한 대화가 사랑방이라는 인상을 주었으며, 함께 모시고 온 90세의 독일할머니의 건배제의가 사랑방손님에게 손님을 소개를 해주는 느낌까지 받았다.

특히 감사인사를 하고 나가는 우리를 위해 직접 만든 김치를 준비해 챙겨주는 주인아주머니를 보며 『저 사람들이 이 사랑방을 이용하지 않고 배길 수 있으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나의 사랑방

이웃사랑을 나누는 장소 사람이 살아가면서 “오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따스한 인정이 흐르는 사랑방 ”과 같은 장소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도 복이 아닐까? 편할 때 아무 때나 가도 나를 반겨주는 장소, 비오는 날 혼자서라도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을 하고 싶은 장소, 가족. 친척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내 집 같은 장소, 친구들을 초대하여 매실차를 나누며 지나온 추억을 이야기하며 원하는 음식을 준비케 하여 함께 나누며, 막걸리를 추가하고 안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장소가 있다면.

사실 이러한 장소는 어디에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만들고자하는 실천의지이다. 오늘 마을로 발걸음을 향하여 사랑방을 정하고 매실차를 준비하여 친구들을 초대하고 이웃들을 사귀는 외에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따스한 인정”까지 추가시킨 사랑방의 주인이 되어보자. 이를 시행하는 당신이 진정한 삶터의 지도자이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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