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요즘 중국 고속철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2,200억 위안(약36조원)의 공사비용이 지출되었으며,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세계 최장(最長) 1,318km의 고속철이 지난 6월30일 중국 공산당 90주년을 기념하여 개통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고속철을 개통한 결과, 개통 10일 후부터 전력공급중단을 비롯한 각종 사고사건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시속 300km가 정규속도인 고속철을 수입하여 350-380km로 운행했다는 증언도 보도되었습니다. 언론들은 중국정부의 ‘세계 제일’ 강박증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덕분에 잔치분위기였던 중국 당국은 매우 침울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KTX도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사고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현재(7.17)까지 KTX는 차량고장으로 36번 멈춰 섰으며, 최근 들어 사고의 심각성도 더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2월11일에는 광명역 일직터널에서 탈선사고가 발생했고, 5월14일에는 김천 구미역 부근에서 제동장치에 이상이 생겼으며, 7월1일에는 광명역에 진입하던 차량의 바퀴에서 연기가 발생했습니다. 7월15일에는 경남 밀양역에 진입하던 차량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7월17일에는 김천 황학터널에서 모터 이상으로 1시간 이상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KTX 당국은 ‘전문가를 동원하여 사고원인을 정밀조사 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급기야 7월18일 한 언론은 “자고나면 멈추는 KTX: 큰일 터져야 정신 차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결코 중국을 비웃을 처지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KTX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꿋꿋이’ 현 상태를 고수하는 분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2006년 이후 세탁소 내의 설치가 의무화된 ‘회수건조기’는 지금까지 59건의 폭발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도시 안에 폭탄을 장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폭발사고들에 대하여 세탁업소들은 근본적인 기계결함을 주장하는 반면, 건조기 제작업체들은 세탁업소들이 기계운용에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게다가 건조기 제작업체들은 세탁업소들이 건조기 설치를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당국은 시행 5년째가 되도록 안전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세탁업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안전이 위협 당하는 상황인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정부 당국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 이런 상황은 ‘음모론자’들에게 비리의혹을 제기할 빌미를 줍니다.

최근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연일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007년 삼성 위기론이 대두되었을 때, 이 회장은 ‘위기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장은 삼성그룹 전체에 대하여 ‘위기는 위기’라는 지속적인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즉 ‘긍정적인 사고’가 ‘무사안일(無事安逸)주의’로 변질되면, 대형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누적되는 ‘작은’ 문제들을 무시할 때, 일단 ‘사고’가 터지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쓰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 당국과 해당 실무자들이 모든 문제들을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급하게 벌이거나 땜질한 일들치고 후유증 없는 경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문제들에 대처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회복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회복하더라도 몇 갑절의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해당 실무책임자들은 책임 떠넘기기나 정치적 눈치 보기를 지양하고 소신껏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실무책임자들의 앞뒤 대책 없는 ‘한 건 주의’는 배임(背任)행위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직무유기(職務遺棄)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이나 이익을 그럴 듯하게 적당히 포장하는 기회주의자가 아닌, 진정 국민들을 생각하고 아끼는 지도자들과 일꾼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지도자들과 일꾼들이 소신껏 일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 지키기에만 급급한 이익단체들과 개인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는 이상, 우리사회는 진흙탕싸움 구덩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앞서 지역사회와 우리나라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때로는 대승(大乘)적으로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이 결코 별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진정한 지도자와 일꾼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봅시다.

각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넘어, 소신껏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시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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