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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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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구촌의 또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바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생한 폭탄 및 총기난사 테러였습니다.
이 사건을 저지른 안데르스 브레이빅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아직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이 브레이빅의 ‘분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분노의 화신(化身)이 된 브레이빅은 이 엄청난 대학살을 저지르면서도 매우 차분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즉 일시적 감정에 사로잡힌 한 광인(狂人)의 난동이 아니라, 분노가 철저히 내면화된 한 괴물의 발현(發現)이었습니다. 분노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간에, 분노가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때 얼마나 잔인하고 끔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노’는 일시적 감정인 ‘화’와는 다릅니다. 일시적인 화는 구체적 원인과 상황, 개인적 기질, 화를 내는 대상 등에 따라 그 정도와 양상(樣相)이 천차만별(千差萬別)입니다.
하지만 화는 본질적으로 일시적 감정이기에, 그 상황만 벗어나면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일시적인 감정이더라도, 감정의 표출이 너무 격렬하거나 폭력적이라면 당연히 통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화가 지속되고 반복되면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화병입니다. 장기간 누적된 감정이 만성적인 신체이상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분노는 일시적인 것도, 단순히 감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노(怒)’라는 한자가 표현하듯, 분노로 끓어오르는 사람의 마음(心)은 과거의 고통과 두려움에 노예(奴)가 되어 있습니다.
즉 분노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자유를 잃고, 과거의 고통과 두려움이 그 삶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자신이 ‘파악한’ 복수대상을 파멸시키는 것이 삶의 최우선 목표이기에, 자신의 모든 지혜와 능력을 복수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분노하는 사람은 의외로 침착하고 주도면밀(周到綿密)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복수대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윤리적 책임감이나 동정심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 바로 2001년에 발생한 9.11 사태입니다. 우리는 9.11 사태를 일으킨 범인들이 얼마나 침착하고 치밀하게 테러계획을 세웠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복수를 위해서는 그들의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분노에 사로잡힌 범인들은 수천 명의 사망에 대하여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 직후 체포된 브레이빅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상당수의 극단적인 흉악범죄 역시 이런 분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극악한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키는 분노는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유발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노르웨이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노르웨이 정부의 개방주의에 반대하는 극우파들의 반(反)이민 정서가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산시 역시 이런 점에서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급증하는 국제결혼의 여파로 이미 한국인을 인종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다문화 다인종이 서로 화합하며 살아갈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때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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