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최근 구글(Google)사가 모터롤라(Motorola)사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가 시끌벅적합니다. 단순히 IT 업계만이 아니라 전 업종이 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기초(foundation)’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기 때문입니다. 기초가 부실했을 때, 또는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외형적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을 때, 반드시 그곳에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IT 업계만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몇 가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최근까지도 메모리 분야 즉, 정보저장 쪽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은 더 많은 정보를, 더 작은 칩(chip)에 저장하는 기술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 세계의 어떤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일본, 대만 등의 다른 나라 기업들과 벌인 ‘2차 치킨게임(chicken game)’도 우리 기업들의 승리로 끝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분야는 비(非)메모리 분야라는 것을 IT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인텔(Intel), AMD 등의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의 부가가치와는 상대도 안 되는 고(高)부가가치 제품인 CPU(중앙처리장치)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아무리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해도, CPU가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즉 CPU같은 비메모리 분야가 메모리 분야를 주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애플(Apple)사를 위해서 A5라는 CPU급 비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지만, 기본설계는 애플사가 제공한 것입니다. 즉 삼성전자는 일종의 ‘하청업체’일 뿐,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발주업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애플사가 마음만 먹으면, A5의 제작은 언제든지 다른 업체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소위 ‘칼자루’를 쥔 쪽은 애플사이지 삼성전자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사의 전면전은 삼성이 불리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유사한 현상은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IBM이라는 거대 공룡 기업이 한때 몰락 위기를 맞았던 중요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개발한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IBM의 하청업체 수준에 불과했지만, 순식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IBM, 휴렛패커드(HP) 등의 세계적인 PC 제조사들을 호령하는 ‘황제’로 등극하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눈 밖으로 나가면’ PC업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미움을 받게 되면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고 ‘인증마크’도 달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 PC 운영체제의 95%이상을 독점하게 된 골리앗 마이크로소프트사 앞에 맞설 기업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IT 산업의 기류가 또 다시 바뀌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스마트폰시대가 도래하면서 PC보다는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게 되고, PC 운영체제보다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가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의 움직임을 재빨리 간파한 애플사와 구글사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최근에서야 자신의 위기를 파악하고 이들을 뒤쫓기 위하여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사의 ‘안드로이드’는 이미 PC 산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누렸던 ‘패권’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글사가 스마트폰 자체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록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업체로서의 명성과 자부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이 일시에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구글사와 (비록 현재는 한물간 업체 취급을 받고 있지만) 휴대폰의 전통 명가인 모터롤라사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이제는 한 업체에서 휴대폰 운영체제와 기계를 모두 독점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진 셈입니다. 이런 뉴스가 나오자마자, HP는 PC제조업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IT 업계 내에 거대한 M&A(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IT 업계가 이 사건으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거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제서야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지금이라도 분발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곳곳에는 이 ‘기본’의 중요성을 무시하여 위기를 맞고 있는 분야가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화려한 외양(外樣)은 내실이 충실할 때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지금이라도 더 이상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식 행위를 버리고, 충실하게 기초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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