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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원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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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와 말복 절기가 지나고 여름 휴가철도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가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매미들이 여름 끝자락을 붙들며 서러울 정도로 울어쌓고, 저녁나절엔 벌써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올 여름은 도서관에서 많이 지냈다. 가까운 곳의 도서관, 무더위도 잊게 하는 책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숲속에서 흐르는 매미소리보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더 매력적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고전들을 다시 읽었다. 여느 해보다 책을 많이 읽은 여름이다.
인간은 말을 통하여 마음속의 생각을 표현·전달하지만, 이를 오래 남기기 위해서는 글자를 이용하여 책으로 남긴다. 책으로 남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속엔 지은이의 사상과 삶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책은 훌륭한 사람들의 발자취이며 그들의 생각이나 사상, 경험의 용광로라 불린다.
경험은 직접 겪을수록 좋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많은 경험을 모두 체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되고, 훌륭한 선현들과의 대화를 책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독서를 마음의 양식이라고도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는 지식 폭발의 시대라고 할 만큼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과 학설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다. 이와 같은 지식 폭발의 시대에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인생을 헤쳐 갈 풍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서가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난관에 부딪쳤을 때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으며, 여가 선용과 건전한 취미 생활, 자아 성장의 바탕을 기를 수 있다.
베토벤은 젊은 나이에 음악가로서는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는 청력상실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여기에 극심한 생활고까지 겹친 베토벤은 죽으려고 유서까지 썼다. 그런 그를 구한 것이 책 속의 한 구절이었다.
“아직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동안에는 누구도 제 인생을 스스로 버려서는 안 된다.”
책 속의 한 구절, 독서라는 명약이 없었다면 베토벤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독서라는 명약으로 베토벤은 온갖 역경과 육체의 장애를 넘어 불후의 교향곡을 완성시켰다.
찰톤 헤스톤을 세계적 배우로 각인시켜준 명화 ‘벤허’도 마찬가지였다. 찰톤 헤스톤은 다음과 같은 후일담을 남겼다.
“어렸을 적부터 성경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질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즐거움을 접하게 된다. 즐거움 중에서 가장 값진 즐거움은 배움과 독서를 통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독서에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쉽게 보고 순간을 즐기는 텔레비전이나 게임 같은 오락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 없는 만큼 감동을 주는 일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가고 가슴을 휭하니 만들 뿐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동화 ‘피터팬’을 패러디해서 영화 ‘후크선장’을 만들었다. 스필버그 감독만의 노하우로 환상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해적선과 해적들의 섬을 멋지게 환상적으로 만들었고 영화는 대박이었다. 그러나 스필버그의 위대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사과를 했다.
“동화책 속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피터팬의 아름다운 상상력을 영화로 만들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영화로 빼앗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필버그도 독서의 중요성을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했을 정도이다. 개인과 국가의 발전은 독서의 양에 비례한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성공하고, 책 읽는 국민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 독서는 우리들의 미래를 약속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약속하기도 한다.
이제 가을이다. 하늘은 점점 파랗게 높아질 것이고 여름을 잘 견딘 곡식과 과일들에게서는 단 맛이 흘러넘칠 것이다. 이제 여름의 조각들을 설거지하고 책을 가까이 할 때이다. 책 읽는 모습이야말로 신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습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모습이다.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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