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정당방위가 형법에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 것 까지 모른다 하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된다면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정당방위를 실제 생활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쌍방 폭력사건일 것이다. 그런데 쌍방 폭력사건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언제나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며, 설사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라도 현실에서의 처리 방식은 일반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은 자신의 처 을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술 취한 병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을에게 폭행을 행사하자 이를 말리고자 병의 멱살을 잡아 밀어냈다고 하자.

이런 경우 갑이 적극적으로 병과 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처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병을 말리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 받지 않을 것이고, 병만이 처벌 받을 것이라고 일반인들은 예상할 수 있지만, 병은 실제 수사과정에서는 자신에게 폭행을 행사한 갑도 처벌해 달라고 할 것이고, 결국 갑과 병은 모두 폭행죄로 쌍방 입건될 것이다.

갑은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행사하는 병을 말리려고 한 것뿐인데 폭행죄로 입건되어 억울할 것이다. 갑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면, 결국 갑은 처벌 받지 않을 것이지만, 재판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고, 이런 상황을 갑으로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그 동안 쌍방 입건 방식으로 처리했던 쌍방 폭력사건에 있어서 정당방위 법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따라서 위 예에서 갑은 상대방과 함께 입건되었던 종전과 달리 처음부터 정당방위를 이유로 입건되지 않게 되었다. 다만 경찰은 쌍방 폭력사건에서 정당방위 인정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는데, 그 기준을 살펴보면, 방어를 위한 행위일 것, 도발하지 않았을 것, 먼저 폭력행위를 행사하지 않았을 것, 폭력행위 정도가 침해행위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것,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은 것, 침해행위가 종료된 후 폭력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일 것, 상대방의 피해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 치료에 3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는 것 등이라고 한다.

쌍방 폭력사건에서 어느 일방의 행위가 정당방위인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쌍방 입건으로 처리하던 기존 방식에 문제가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뉴스에 따르면 경찰관계자는 “싸움에 연루되면 대부분 벌금을 부과 받다보니 ‘부당한 일도 못 본 체하라’는 그릇된 시민의식이 생겼다”며 “이런 인식이 사라질 때까지 정당방위 적용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도 이번 조치는 환영받을 만한 것은 아닌가 한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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