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청소년 정책토론회가 열린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국제회의장. 국제회의장엔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토론회 장을 찾은 청소년들로 가득 찼다. 청소년 정책 토론회이니 청소년들의 관람은 당연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참가한 학생들은 국제회의장 좌석이 부족해 맨 바닥에 주저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그 이유는 토론회에 참석하고 봉사점수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토론회 참가로 받을 수 있는 봉사시간은 3시간. 참관 후 질문지를 작성하면 4시간의 봉사 점수를 준다는 말에 안산시내 각 학교에서 3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행사가 열린 국제회의장은 방청석까지 합해도 180여석. 토론을 위해 참가한 주최자와 취재진등이 앞 좌석을 차지한 가운데 200여명의 학생들은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토론회를 지켜봤다.
정원보다 많은 사람이 참석해 회의장 안은 찜통으로 변해가고 바닥에 앉은 아이들은 토론에는 관심도 없이 졸거나 헨드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고잔 고등학교 한 여학생은 “봉사점수를 준다고 해서 왔는데 덥고 자리도 없고 괜히 왔다고 후회하고 있어요. 학생들을 불러서 토론을 할 거면 우리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해야 하는데 강의 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교장도 “청소년 정책 토론회를 하면 정말로 청소년 정책에 관심있는 아이들이 참여하게 해야 하는데 봉사점수를 준다고 하니 편하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학생들이 줄을 서는 것 아니냐”며 “봉사점수 없이도 청소년 정책에 대해 어른들이 간과한 부분을 지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이들과 진지하고 정책을 고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방법은 청소년을 동원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회 경험도 하고 봉사의식도 키우기 위해 도입된 봉사활동 인정제도가 행사장을 채우는 미끼로 악용되는 일이 없으려면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