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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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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금 1억원을 빌려 주었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자. 갑이 제기에서 재판부는 갑이 정말로 을에게 금 1억원을 빌려 주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고, 만약 갑의 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갑은 패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갑은 상고할 수 있고, 대법원은 이를 다시 판단할 것인가? 갑이 주장하는 것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기에, 갑의 상고는 인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재판을 하게 된다. 심리불속행 재판이라는 것은 상고의 남발, 이로 인한 재판확정의 지연,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시행되는 제도인데, 쉽게 말하자면 갑의 상고가 법률에서 규정되어 있는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살펴 볼 필요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다.
실제로 심리불속행 판결은 ‘상고이유를 이 사건 기록 및 원심판결과 대조하여 살펴보았으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법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 한다’라는 간단한 설명만이 있을 뿐이다.
명백히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경우라면, 위와 같은 심리불속행 재판은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사실관계는 모두 확정된 상태에서 ‘갑에게 발생한 손해를 을이 배상하여야 하는가’라는 법률적 판단이 문제된 사건이 있다고 하자. 만약 갑은 1심에서 승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패소하게 되었고 이에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고 하자. 이런 경우 갑은 법원마다 판단이 다른 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것이고, 따라서 최종심인 대법원이 다시 판단을 해 줄 것을 기대할 것이다. 또한 갑은 1심과 다른 항소심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기에, 이에 대한 대법원의 답변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의 결론이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심리불속행 재판을 할 것이고 위에서 예를 든 판결문을 보낼 것이다. 결국 갑은 왜 자신의 상고가 기각되었는지 그 이유를 전여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상고기각의 결론만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다. 수 억원이 걸린 소송에서 당사자가 왜 상고가 기각된 이유를 모른다면, 재판의 결과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제도취지도 살리면서도 당사자의 의문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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