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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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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불휘 기픈 남ㄱㆍㄴ ㅂㆍㄹㆍ매 아니 뮐ㅆㆎ 곶 됴코 여름 하ㄴㆍ니
한문본: 根深之木, 風亦不 , 有灼其華, 有 其實
현대어: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센 바람에도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훈민정음: ㅅㆎ미 기픈 므른 ㄱㆍㅁㆍ래 아니 그츨ㅆㆎ 내히 이러 바ㄹㆍ래 가ㄴㆍ니
한문본: 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
현대어: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고 솟아나므로, 내가 되어서 바다에 이르니.
웬 뜬금없는 훈민정음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저에게는 이 글귀가 절절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우리사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걱정이 제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지만, 요즘처럼 대내외적인 대형 사건들이 작정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터지는 경우는 좀처럼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최근에 발생하는 대형 사건들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전문가 그룹들에 의해 예견되고 경고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이런 사고들을 예견하고 경고할 때, 나라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분들이 경청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을 조성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나무, 당장 흘러가는 개천을 활용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자체들, 그리고 공기업들은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성과 달성, 즉 ‘전시행정’에 몰두하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비록 대외적인 유럽발(發) 경제위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도위험수치가 궁지에 몰린 프랑스보다도 높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적인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우리가 언제까지 외부충격을 숙명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하여, 해당기관과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외부충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을지라도, 분명히 그것을 완화시킬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버냉키(B. S. Bernanke) 의장은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버냉키 의장의 말대로 막대한 공적자금과 국가재정을 퍼부어 경기를 부양했습니다.
이 정책이 ‘좋은 정책이었는가, 아니면 잘못된 정책이었는가’는, 비전문가인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가지는 함정들, 즉 ‘도덕적 해이(moral hazard)’현상과 막대한 재정지출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은 이미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경고한 바입니다. 즉, 이런 정책결정이 당시 불가피했더라도,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예방대책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어느 지자체, 공기업이 이런 위기에 대비했습니까? 오히려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하여 국가재원을 엉뚱한 데 쏟아 부은 것이 한두 건입니까?
또한 감독기관들조차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수많은 서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해놓고, 정책기관들은 또 다시 국민의 혈세로 그 많은 문제들을 덮으려는 뻔뻔스럽고 엉뚱한 발상만 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접받기는커녕, 오히려 바보가 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외부충격에 더욱 취약한 사회구조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뿌리’와 ‘샘 근원’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단기적인 인기와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모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의하면, 2018년부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고 합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사회가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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