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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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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50대 남자로서 유명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갑이 오랜 친구 을의 요청으로 차용증을 받고 금 1억원을 빌려 주었고 그 뒤 금 5,000만원을 변제 받았다.
을은 금 5,0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 주면서 금 1억원 전액 상환하였다는 영수증 작성을 요구하였다. 갑이 듣게 된 을의 사정은 을이 처가의 도움으로 갑에게 갚을 금 1억원을 겨우 마련하였는데 그 중 5,000만원을 아내 몰래 주식투자로 날려 금 5,000만원만 남게 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처가 알면 곤란하니 금 1억원을 모두 상환한 것처럼 해 달라는 것이다.
갑은 이런 을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런 의심 없이 금 1억원 전액을 상환 받았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작성해 주었고, 을은 갑 명의의 영수증을 받은 뒤 수 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더니 고민 끝에 갑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전액 상환했다며 갑 명의의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했다.
갑은 대여금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갑은 패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을은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하며 전액 다 갚았다고 주장하고, 갑은 금 5,000만원만 받았을 뿐이며 을의 요청으로 사실과 다른 영수증을 작성해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할 것인데, 재판부는 결국 증거에 입각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며 특별한 다른 증거가 없는 한 결국 갑 스스로 작성한 영수증에 기해 ‘을이 금 1억원을 모두 상환하였다’라고 판단할 것이다.
‘왜 그런 영수증을 작성해 주었습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갑은 오랜 친구 을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대답할 것이고, 이런 갑의 행동은 일응 이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갑의 경력이나 학력, 지식 등에 비추어, 갑은 사실과 다른 영수증이 어떠한 효력을 갖는 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자이고, 따라서 사실과 다른 영수증만을 작성해 주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갑 주장이 과연 사실인가라는 의심을 품게 한다.
예를 들어 갑은 사실과 다른 영수증을 작성해 주면서 을에게는 ‘갑이 2011. 1. 31. 을에게 작성해 준 영수증은 을의 처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고, 을이 변제한 금액은 금 5,000만원이고, 을은 2011. 12. 31.까지 나머지 금 5,000만원을 갚기로 한다’라는 을 명의의 각서 작성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갑이 을을 너무 믿어서 또는 실수로 이와 같은 각서 요구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갑의 행동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의뢰인 주장과 다른 내용의 서증이 제출되곤 한다. 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면, ‘내용을 잘 보지도 않았고,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 주었을 뿐이다’라고 해명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서류를 작성할 당시의 여러 사정이나 역학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날인하였다’라고 해명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위 명문대학을 나와 정상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수 억원의 돈이 오고 가는 서류에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라는 설명은 의뢰인을 위해 변론하는 변호사조차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찍었다’라는 말이 진실일 수도 있고, 변명일 수도 있다. 만약 변명이라면 패소 판결은 합당한 것이고, 만약 진실이라 하더라도 패소판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이런 경우 패소 판결은 부주의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라 할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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