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규 논설위원

2007년 8월 1일 입지공모로 시작되어 안양공원묘지로 입지가 선정된 10년 12월 15일에 이르기까지 3년 이상 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오던 안산추모공원 관련 사업이 선정직후부터 격렬한 주민반대에 이은 해당지역구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왔다.

인근주민들로부터의 양해와 적절한 보상방안을 찾기 위해 힘을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였던 안산시로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동반자로 여겼던 안산시의회마저 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며 갈 길 바쁜 추모공원의 앞길에 제동을 걸어왔다.

각기 다른 정치적 입장을 지닌 지도자들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정치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 행정절차인 그린벨트관리계획의 수립저지를 위한 활동까지 나서고 있다.

안산시의회가 경기도에 GB관리계획반려요청을 하였고, 지역구 도의원은 경기도에 직접 GB관리계획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최근에는 주민들이 경기도에 주민감사까지 청구하였다.

주민의사는 물론 주요한 정치지도자들까지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주민의사를 중시하는 현대행정에서 안산시가 자발적으로 취소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이다.

이러한 만큼 안산시나 추모공원추진위원회도 국책과제이며, 법적인 의무의 수행이고, 시대적 추세에 순응하는 일이며, 다수시민(화장률 82.3%)의 심각한 불편해소를 위한 일이고, 또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최적의 선택이라는 주장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반대 주장에 대해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대안마련이 없는 한 추모공원의 현실화 여부가 경기도와 국토해양부의 판단에 달려있고, 운 좋게 이 고비를 넘긴다 할지라도 넘어야 할 산들이 첩첩산중인 만큼 더더욱 그러하다.

각 반대주체들의 주장내용들이 부분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광역화장장의 설치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광역화장장의 설치가 적절한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해볼 여지가 있다.

최근 20년 내에 광역화장장의 설치는 부산과 경기도가 추진한 바 있으며, 경상남도에 설치를 희망한 부산의 경우 울산시민과 김해시민, 양산주민들의 집단반대에 차례차례 부딪혀 결국 부산시 단독으로 금정구에 영락공원을 설치하였다.

주민들의 신청에 의해 하남시에 입지를 선정한 경기도의 경우도 주민의사와 관계없는 하남시민의 전반적인 반대와 하남시장의 소환운동에 직면하여 경기도광역화장장의 설치를 포기하였다.

최근 2009년에는 연천군이 연천, 포천, 동두천, 파주 지역을 대상으로 광역화장장을 설치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에 장탄리에 입지를 선정하였으나 주민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8월에는 포천시가 경기북부 7개시군 공동화장장설치를 위해 야미1리에 입지를 선정하였지만 영북면의 주민반대와 별도로 지역시민단체인 포천발전연합은 시장퇴진운동의 전개를 공식화하였다.

이러한 광역화장장에 대한 반대의 핵심은 “우리지역(도시)이 화장터”라는 혐오이미지를 가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8월18일에는 화성시도 안산을 포함한 경기남부지역 7개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화장시설의 설치계획을 발표하였다.

아직 추진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상태이고 입지공모 방법도 정하지 않았지만 화성시의회는 화성시민만을 위한 화장장의 설치를 주장하는가 하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각 지역의 주민은 물론이고 지역시민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본 광역화장장 설치계획이 해당지역주민들의 찬성 속에 순탄하게 진행되고, 우리시민들의 비용과 시간, 정신적 피해 문제에 대한 고민이 확실히 해소되고, 우리시가 책임질 건립분담금이나 이와 관련한 화성시의 요구사항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전국에서 화장률이 가장 높은 도시 중의 하나로서, 화장장을 보유하지 못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로서 아직 태동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어떤 상황이 발생치도 모를 광역화장장에 귀를 기울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후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며 허구로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3년 이상동안 묵시적으로 찬성하여 행정력과 비용을 낭비토록하고 이제 와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기회주의자적인 태도이며, 존중받아야할 시신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불편을 시민들에게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도덕적인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공동으로 화장장을 건립해온 일본에서 최근 들어 독자적으로 화장장을 설치해 나가는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대도시인 안산이 자기앞가림을 못해 임시방편으로 남에게 의지할 생각을 가지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15만인구의 소도시인 하남시민들은 도시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2천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발전기금과 지하철 5호선의 연장 등으로 인한 지역발전기회와 화장장운영권위임 등의 인센티브도 포기하였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안산에 화장장을 설치하겠다고 한다면 우리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당신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박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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