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좌초, 침몰? 안산추모공원


▲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안산추모공원. 표류하고 있는 걸까, 좌초하고 있는 걸까, 침몰하고 있는 걸까?

한국의 대표 종가라고 할 수 있는 안동 퇴계 종가에서 장묘문화 개선에 나서면서 다른 문중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경, 퇴계 이황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근필 옹이 ‘시속을 따르라’라는 퇴계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자신도 화장문화를 따르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스를 들으면서 안산추모공원을 생각하면 착잡한 마음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안산화장터반대투쟁위원회가 수원지방법원에 현 안산시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까지 제기했다. 안산시는 2009년 기준으로 연간 사망자 중 화장률이 76.3%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화장률에도 불구하고 화장장이 없는 안산시민들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타 시·군으로 원정화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몫이 되어 왔다. 어디 이 뿐인가. 필요한 시기에 예약을 하지 못해 4일장, 5일장까지 치르는가 하면, 해당지역 주민보다 무려 10배에서 16배에 이르는 고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수많은 불편을 감수해 왔다.

이러한 필요성에 발맞추어 2007년 안산시는 8월부터 추모공원 건립에 대해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희망이었다. 추모공원 입지 선정을 위한 주민 자유제안 공개모집과 수많은 회의와 토론회 개최 그리고 와동공설공원묘지에서의 천막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안산의 추모공원 건립은 순풍에 돛을 단 듯 했다.

그리고 2010년 12월, 안산시는 추모공원을 건립할 지역으로 양상동 서락골 일대를 결정했다. 3년 넘는 지루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듯 했지만, 또 다른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굽히지 않는 반대 입장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까지 가세해 추모공원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추모공원 건립 입지 결정이 졸속적이며 독단적으로 선정됐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대안 없는 목소리가 너무 컸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충남 홍성추모공원은 선진 화장문화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부럽기 그지없다. 올해 들어서만해도 전국의 21개 지자체에서 홍성추모공원을 방문해 추모공원의 각종 시설과 운영현황을 견학했다고 한다. 홍성추모공원의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가장 큰 주력점은 지역주민과의 합리적인 합의점 도출과 아울러 상호협력으로 인한 상생발전 도모였다.

이 큰 문제를 해결한 뒤의 부수적인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되었다. 홍성추모공원은 선진 장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주민의 화장문화 확산의 구심체 역할까지 해냈다. 요약하면 지자체와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의사소통의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안산도 해낼 수 있다. 우리 시민 대부분도 달라진 장례문화를 인식하고, 추모공원 건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내 지역에서는 안 된다’는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조정해야할 정치권에서마저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산 너머 산일 수밖에 없다. 궁극적인 해결방법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안산시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도 다 잘 못 끼울 수밖에 없다. 왜 주민들이 안산시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까지 제기했는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행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투명성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추모공원 건립지 선정 문제, 서락골이 다른 경쟁 지역에 비해 어떤 부분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아 건립지로 선정됐는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 투명성이 무시된다면 불신은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반드시 좌초될 수밖에 없다. 아니 침몰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년 4월이면 나라는 온통 총선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과거 부천시도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대상시설 변경을 위해 성공적인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선거 때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반대 카드를 들고 나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꿈이 담긴, 우리의 미래가 담긴 안산의 경우는 달라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 카드를 꺼내기 보다는 보다 창조적인 대안으로 승부하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 단추 구실을 하는 소통과 배려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가슴에 담아야 할 말이다.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