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에서 6년 전 발생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장애인 대상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안산시도 관내 장애인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폭행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전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영화 ‘도가니’ 상영 이후 장애인 복지시설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장애인 생활시설을 포함한 복지시설의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장애인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김철민 안산시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는 철저한 조사를 위해 시청, 경찰서, 장애인인권위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 점검반을 편성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번 영화 ‘도가니’가 주는 교훈은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을 예방하자는 부분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비롯해 아동, 여성 등에 대해 더 넓고 깊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회적 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12월 장애인 인권 헌장이 제정되고 이후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장애인의 인권을 법과 제도로 보장했으나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오직하면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없는 세계 유일한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말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시설과 제도가 미흡한데서 나온 자조 섞인 푸념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더욱 단호하게 처벌하고 응징해야 하지만 더불어 필요한 것은 아직도 뿌리 깊은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을 일소하는 일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소외의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 차별이고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이다.

안산시청 민원실이 장애인들의 보행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도 있었다.

일시적인 조사나 단편적인 대책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안산을 만들기 위해 제도와 시설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종합 대책이 일시적인 ‘도가니 신드롬’이 아닌 제2의 도가니 사건을 영원히 봉쇄하고 아울러 장애인 배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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