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 문제도 제기될 수 있지만, 통상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문제가 제기된다.

피해자인 원고는 민사소송에서 부적절한 의료조치가 있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발생한 손해가 잘 못된 의료조치에 기인했다는 것(인과관계)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런데 만약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명된 경우, 의료종사자는 아무런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 것인가?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때문이다.

의료행위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의료종사자는 의료행위를 하기에 앞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의무가 설명의무이다.

예를 들어, 갑은 간혹적으로 발생하는 이명현상 때문에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의사 을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갑의 이명현상은 호전되지 않았던 반면 갑에게는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의 두통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하자.

이에 갑은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소송과정에서 을에게는 어떠한 과실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갑의 증상은 을이 행한 수술 후 드물게 발생하는 것인데 을의 수술 중 과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을은 결국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만약 을이 수술 전 갑에게 드물지만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아니했다면, 을에게는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갑은 을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그 수술을 받을 것인가를 제대로 판단할 기회를 상실했기 때문에, 을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손해배상은 위자료이기 때문에, 갑에게 발생한 손해액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의사가 수술을 하거나 약을 처방하는 경우, 한약업사가 한약재를 파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따라서 의료종사자는 늘 설명의무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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