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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원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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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작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오래된 노래가 발걸음을 잠시 붙들고 있다.
유례없는 늦더위 탓이었을까? 올 가을 단풍잎이 유난히 곱다. 일교차 차이 탓이라는 과학적 설명이 올 가을엔 귀 밖에서 흩어진다. 사람 탓임에 분명하다. 사랑의 나눔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가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로 인해 올 가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천사 의사’인 고 박준철 의사와 ‘철가방 기부 천사’인 고 박우수 씨 때문이다.
박준철 의사는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모든 육체를 고통 속에 힘겹게 살고 있는 환자들에게 남겼다. 지난 7일, 서울성모병원에선 그의 시신에서 피부와 뼈, 혈관, 판막 등이 하나씩 하나씩 떼어져 나갔다. 안타깝게도 전날,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숨진 그의 인체 조직은 150명의 환자들에게 나누어져 새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죽어서도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인체 조직을 기증한 첫 번째 의사가 되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결코 떠난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로 살아남게 되었다.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삶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가까지를 기증한 고귀한 사람이었다.
그는 요양원과 아동보호시설 등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따뜻한 의료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매년 1주일 정도 필리핀의 오지와 아프리카 빈민들을 위한 의료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0여 년간 꾸준한 의료 봉사활동을 하면서, “은퇴하면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그였다.
환자 150명에 온 몸을 다 주고 떠난 의사, 아니 온 국민의 가슴 속에 봉사와 사랑의 모닥불을 지피고 떠난 박준철 의사, 여덟 살짜리 막내아들의 울부짖음이 가슴 아프게 가을을 채색한다.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니까 하늘나라에서도 아픈 사람들을 고쳐줄 거예요.”
어디 이뿐인가? 철가방 기부 천사인 고 김우수 씨는 나 밖에 모르며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안겨주고 떠났다. 서울 강남의 변두리 중국집에서 월 70만원을 받으며 음식 배달 일을 해온 김우수 씨, 2006년부터 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월 2만~3만원씩 끊임없이 후원해 왔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23일, 음식 배달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틀 만에 짧은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영결식엔 그를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비가 되어 영결식장을 적셨고, 온 국민들의 가슴을 적시고 말았다. 그의 후원을 받았던 한 학생의 편지 구절이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서 떠나질 못하고 있다.
“이젠 저도 정말 아저씨를 본받아서 남을 열심히 도우면서 살게요. 하늘나라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매일 여기에서 기도할게요. 김우수 아저씨! 다음에 또 만나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김우수 씨는 그동안 남을 돕는 기부에 인색했던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부끄럽게 만들었다. 기부는 부자만이 하는 게 아닌 평범한 진리를 떠난 후에 가르쳐준 그였다. 우리의 가방 속에는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가득했지만, 그의 철가방 속엔 짜장면 외에도 사랑과 나눔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방이었다.
우리들에게 기부의 아름다움을 철가방 속에 가득 담아 배달하고 떠난 김우수 씨, 올 겨울은 사랑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로 질화로 같이 따스하리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만추의 길을 걸으며 부끄러운 자화상을 낙엽 속에 떨군다. 두 분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향기가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흘렀으면 좋겠다. 두 분을 보낸 우리들이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천사 의사인 고 박준철 씨와 철가방 기부 천사인 고 김우수 씨.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가요, 사랑을 남기고 떠난 사람”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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