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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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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돈을 빌려 준 뒤 변제기일이 1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채권자는 10년 뒤 그 채권변제를 요구할 수 없게 되고,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멸시효를 엄격히 적용하면 뜻 하지 않은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소멸시효 제도 취지에 따라 청구권 소멸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인가?
대법원은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채무자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 들여 채권자의 청구를 기각하면 채권자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경우라면, 채무자의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참조)’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사업주 갑은 기존 퇴직금 규정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종전 취업규칙을 개정하였는데, 기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칙의 경과규정이 있었지만, 그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였고, 새로이 변경된 취업규칙이 기존 근로자 을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은 취업규칙 개정 후 13년이 지난 뒤이며, 근로자 을이나 사업주 갑 모두 기존 취업규칙 부칙조항이 기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을이 퇴직 후 추가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에 제기한 추가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갑의 소멸시효 항변은 객관적으로 이 사건 추가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갑이 주장하는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 사건 을에게 너무 가혹한 결과가 되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참조).
또한 최근 문제된 것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관한 것이다. 즉, 불법체포 상태에서 고문 또는 협박을 당한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상당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대법원은 이와 같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있어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53419 판결).
채권자는 늘 권리행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만약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그 제도 취지상 채권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공평성이 개입될 수 있는 것이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채권 회수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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