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요즘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인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온 대한민국이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적어도 언론들은 서울시장 후보들, 특히 두 분의 유력한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당분간 서울시장 당선자에 대한 뉴스가 신문과 TV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입니다.

물론 수도 서울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위상 등을 고려하면, 서울시장 선거는 분명히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주관심이 그쪽으로 몰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이 선거는 특정지역의 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일 뿐입니다. 더 분명히 말하면, 이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서울시민들뿐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서울시민이 아닌 분들은 필요 이상의 관심과 간섭을 자제하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안산시장 선거에 부산, 대전, 광주시민들이 도를 넘어 ‘콩 놔라, 팥 놔라’하는 것이 온당합니까?

또한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치단체장이기에, 서울시장 후보들은 서울시를 위한 비전과 개혁에 집중해야 합니다. 만일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바로 서울시민들입니다. 서울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서울시장의 위상을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치권이 이 서울시장 선거를 ‘미니 대선’ 혹은 ‘대선 전초전’으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 언론들도 앞다투어 가세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언론들조차 ‘줄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유력 대선후보들도 이 서울시장 선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가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이번에 당선되는 서울시장은 얼마 남지 않은 재임기간동안 ‘정치적 외도’를 하기에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 보궐선거는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장을 뽑기보다, 정치적 야망을 지닌 ‘걸출한 스타’를 뽑는 일종의 정치적 ‘슈퍼스타 K’가 되고 말 것입니다.

서울시민들은 이미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익과는 별 상관도 없는 정치적 이념 다툼에 시장을 잃었으며, 교육감은 구속되어 있습니다.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교육분야까지 철저히 정치화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서울시민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가 이런 정치적 소모전에 휘말려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서울시장의 정치화는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록 현제도 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조차 전시행정에 몰두하게 되고, 지방의 재정은 그 전시행정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바닥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는 서울시장 선거보다 중요한 이슈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날로 심해지는 빈부의 격차와 일자리 문제입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되지도 않고, 소수의 정책입안자들이 밀어 붙인다고 갑자기 개선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이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정책들의 실제 효과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들은 각 단계들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한 충언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언론들은 각종 정책들의 입안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책들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눈과 목소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언론들이 좀 더 국민들과 밀착되기를 기대합니다.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한민국을 대선의 ‘도가니’로 몰아넣지 말고, 현재 국민들의 애통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들을 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비록 우리나라의 현시점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고는 하나, 오히려 언론들이 나서서 이 선거를 더욱 ‘정치화’시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언론들을 비롯한 이 나라의 각 주체들은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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