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송의 하나가 되었다.

사해행위를 쉽게 설명하자면, 갑이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태에 있던 중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대물변제 명목으로 갑 소유 부동산 명의를 이전하였다면, 갑의 처분행위는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해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채권이 이미 성립되어 있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간혹 이에 대한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갑은 A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대출 명목으로 금 5,000만원을 대출 받았는데, 이런 경우 대출은행은 통상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요구하고, 결국 갑과 신용보증기금은 위 대출금에 관한 신용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경우 을이 갑과 신용보증기금 사이의 신용보증계약에서 연대보증인이 되었다고 하자. 2011. 1. 1. 대출이 이루어 졌고, 신용보증계약도 2011. 1. 1. 체결되었으며, 을은 금 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2011. 8. 31. 이를 병에게 매도하였다.

을이 부동산을 매도할 무렵, 갑의 경영 상태는 극도로 악화되어 있었고, 결국 을의 부동산 매각일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11. 12. 31. 갑이 대출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였다. 신용보증기금은 연체된 대출금을 대출은행에게 바로 변제하였다. 이러한 경우 신용보증기금은 을에게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을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병에게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그런데 신용보증기금이 병에게 제기하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신용보증기금이 을에 대한 채권자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고, 신용보증기금의 을에 대해 구상금 채권 취득 시점은 보증사고 발생일인 2011. 12. 31.인 반면, 을의 처분행위는 그 이전인 2011. 8. 31.에 있었으므로, 신용보증기금이 청구하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일견 부당해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34334판결 참조)’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즉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안에서 을이 부동산을 매도할 당시 구상금 채권이 성립되어 있지 아니한 것은 맞지만, 을의 부동산 매각 당시 갑이 대출금 약정에 따른 원금 상환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고, 갑의 다른 은행에 대한 대출금도 지체하고 있으며, 다른 거래처에 대한 채권도 변제 받지 못해 극도로 경영이 악화되었으며, 세금도 체납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을의 부동산 매각시점을 기준으로 신용보증기금이 을에 대해 구상금 채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매각시점을 기준으로 향후 구상금 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었으므로, 피보전채권인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을의 부동산 매각시점에 이미 성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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