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빌 6단지 입주자 대표들이 11월 정기회의에 참석해 다음달 아파트 관리비 등 의안을 심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바뀐 주택법에 따르면 500세대 이상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 회장의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대표 간선으로 선출하던 입주자대표회장을 주민들이 직접투표로 선출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아파트 관리를 둘러싼 해묵은 관행이 차츰차츰 변화를 겪고 있다.

안산에서 가장 먼저 입주자대표회 회장 선출을 위해 직접 투표를 실시한 네오빌6단지 아파트. 직선제 시행 1년여 만에 다시 네오빌 6단지를 찾았다. 지난 17일 늦은 7시 입주자 대표회의에 참석할 네오빌 6단지 동대표들이 입주자대표 회의실로 모여 들었다. 지난해 직선제 투표가 진행됐던 바로 그 장소다.
한 켠엔 각 동별 대표들 자리가 마련됐고 회의실 맞은편에는 회의 참관을 위한 주민들의 자리도 준비됐다.

 

입주자 대표회의 공개
투명한 입주자 대표회의를 약속한 유대종 회장의 공약에 따라 동대표 회의가 소집되기 전 월별 회의안건과 회의장소와 일시가 적힌 공고문이 각 아파트 출입구에 붙는다. 동대표 회의 소집 공고문을 보고 회의에 참가하길 원하는 주민은 언제든지 동대표 회의를 참관하고 궁금한 사항은 질의할 수 있도록 했다.

유대종 회장은 “초창기에는 몇몇 분들이 회의에 관심을 갖고 참가하셨는데 요즘은 거의 주민 관람석이 비어있다”며 아쉬운 눈길을 보냈다.

유 회장은 취임 초 동대표 회의 공개와 주민참여 입찰제도를 공약했다. 동대표 회의를 영상으로 공개하려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참관제도로 바꿨다. 하지만 주민들의 참여율이 낮아 고민이다. 유 회장은 회의때마다 각 동별 대표들이 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의 소통의 통로가 되어 달라고 강조한다.

“동대표는 매일 주민과 만나는 사람들이다. 주민들의 불만은 무엇인지 협의하고 중재하는 동대표가 아파트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네오빌 6단지 아파트 동대표 정원은 18명이지만 선출된 동대표는 13명. 지난해 선거 때 주민들의 참여가 낮아 13개 동만 동대표를 선출해 입주자 대표회의를 꾸렸기 때문이다. 네오빌 6단지의 경우처럼 각 마을 아파트마다 동대표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저녁 늦게 시작한 대표자 회의는 다음달 관리비 심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입찰 논의,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한 묘안을 찾다보면 밤 12시가 넘어가기 일쑤고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다보니 규약에 정해진 동대표 정원을 채우기 힘든 실정이다.

네오빌 6단지 입주자 대표회의 전 동대표들에게 김밥이 든 도시락과 오뎅국물이 나눠졌다. 퇴근 후 부랴부랴 달려온 직장인 동대표들과 가족들 저녁 밥상을 차려준 후 회의에 참가한 주부 동대표들의 저녁식사다. 회의비도 아끼고 시간도 절약하기 위해 매 번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유회장은 “도시락으로 회의비를 절감하는 액수가 크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들이 주민들의 관리비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가 입찰을 통한 경비 절감
네오빌 6단지 입대위가 아파트 관리 경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공개 입찰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주택법에 의하면 200만원이상 납품이나 공사계약은 최저가 입찰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이후 네오빌 6단지 입대위는 200만원 이하 소모품 구입을 제외하고 수의계약을 승인한 경우가 단 한건도 없다.

“실제로 공개 입찰을 진행하면서 그 전 해보다 단가가 10~20% 절감됐다. 현재 최저가 입찰이 부실공사등을 불러 올 수 있어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여러 가지 조건상 정가입찰제를 도입하기에는 현실 여건이 부적합하다”는게 동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신 네오빌 6단지 입주자 대표회의는 최저가 입찰을 시행하는 만큼 입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입찰 조건을 꼼꼼하게 살핀다. 자칫하면 의도한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형식적인 계약을 맺는 입찰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입찰 방안은 동대표들이 전문가로 구성돼 입찰내용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동대표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동대표를 위해 나서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가 건축, 환경, 설비, 전기 등 전문적인 영역이 많아 일반인들이 감독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유회장은 “입찰에 앞서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한다. 우리 아파트 규모에서 이런 공사는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지, 혹은 적정한 금액대는 어느정도인지 가능한 많은 곳에서 자문을 구한 뒤에 공개입찰을 실시한다”고 말한다.

네오빌 6단치 아파트가 실시하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은 밀봉된 봉투에 견적서와 금액을 적은 후 관리소에 제출하고 일반 주민과 동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봉투를 개봉한다. 주민들이 입찰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입찰참여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입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입주자대표회장을 비롯한 동대표들의 마음가짐”이라고 유대표는 강조한다.

내집 살림처럼 솔선 수범 마을문제 해결
고잔 신도시 중심에 위치한 네오빌 6단지 아파트는 2000년에 입주를 시작했다. 네오빌 6단지에는 92㎡부터 103㎡까지 중소형 아파트 1000여세대가 모여산다. 고잔신도시 중심상권과 가까운 네오빌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주차문제. 상가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아파트안에 주차하면서 주차공간이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가장 먼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주차증을 새롭게 발급하고 외부인 주차를 단속했다. 또 잘 지켜지지 않던 전면 주차도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입주자 대표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는 입주 10년을 맞아 아파트 중앙 보행자 통로 개선공사를 진행했다. 보도블럭을 교체하고 조경수를 심는 등 아파트 얼굴을 새단장 한 셈이다.

큰 일을 치루면서 주민들은 입주자 대표회의를 믿고 따라줬다. 입주자 대표들은 ‘투명한 운영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공동체가 살아있는 아파트 건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네오빌 입주자대표들은 ‘입대위 구성원들의 청렴의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라고 손꼽았다.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아파트 문제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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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월피한양아파트 이덕홍 입주자대표회장

"동별 대표자 행동강령 만들자"

 

△ 이 덕홍 월피한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지난 7월 월피한양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에 당선된 이덕홍(안산녹색환경센터 사무국장)씨는 우연챦게 시작한 이 일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다. 오랫동안 동대표 활동을 하던 사람과 경선에서 맞붙어 입주자 대표회장에 선출된 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아마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던 경력 때문인지 주민들이 저를 회장으로 뽑았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입주자 대표회장에 취임한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리규약을 꼼꼼히 살피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회장은 “주차장 공사며 이전 입주자 대표회의가 진행한 일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싶어 관리규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공사입찰, 관리비 승인, 장기수선 충당금 사용 등 입주자대표회의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회의 구성원들을 감시 견제할 어떤 조항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동 대표자들의 부패방지를 위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내용을 담은 ‘월피 한양아파트 동별대표자 (관리소 직원 포함) 행동강령’을 제안했다.

이 행동 강령에는 공정한 직무수행과 수당이득 수수금지, 건전한 입주자대표회의 풍토 조성을 위한 세부적인 지침들이 포함됐다. 가령 4촌 이내 친족 이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경우 해당 동대표는 심의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을 비롯해 금품수수 금지, 경조사통지 및 경조금품 수수제한 항목 등 동별대표자들이 지켜야 하는 행동원칙이 담겼다.

이 행동강령에 따르면 주의을 위반한 동대표는 받은 금품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결정된다.

회장에 당선 된 직후 8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새롭게 입주자 대표회의를 꾸린 만큼 청렴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로 행동강령을 제안한 이회장의 요구는 동대표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지금도 표류 중이다.

“일단은 산적한 아파트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동 대표들의 여론이 높아 주차문제, 광고전단지 문제, 주차장 공사 등을 우선 진행 중이다. 하지만 주민과 동대표들의 신뢰를 쌓아 행동강령은 꼭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행동강령 제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입주자대표회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 아파트의 문제만은 아니라 일반적인 아파트 입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불신은 대단히 깊다” 며 “봉사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스스로 청렴을 약속하고 실천해 나가야지만 그나마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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