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을은 매수의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매물도 놓치기 싫다는 생각에 우선 5억원에 이르는 부동산에 관한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 명목으로 금 1,000만원을 지급하였다.

만약 갑과 을 사이에 그 이후 구체적인 매매계약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 금 1,000만원은 누가 갖게 되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갑과 을 사이의 계약 형식과 당사자의 의사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가계약이란 무엇인가를 보면,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데,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하여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보면, 갑과 을 사이의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참조). 따라서 만약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정도이고, 을의 사정으로 계약이 해제되었다면, 금 1,000만원을 갑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라면, 갑은 을에게 금 1,000만원을 반환해야 할 것이다.

다만 통상 가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일반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작성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계약금 몰취에 관한 규정이 있어, 금 1,000만원 반환과 관련하여서는 갑과 을 사이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을이 매수 여부를 더 고민해야 하고, 사정에 따라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러할 경우를 대비하여 금 1,000만원 반환을 명확히 하고 싶다면, 계약서에는 가계약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중도금 및 잔금의 액수나 지급 시기는 나중에 정한다라는 형식의 문구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만약 본 계약이 갑과 을 사이의 의견차이로 체결되지 아니할 경우라도, 갑은 가계약금으로 지급 받은 금 1,000만원을 반환한다는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webmaster@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