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연 논설위원

진정성의 문제는 정치인과 유권자, 기업과 기업, 교사와 학생, 리더와 조직원, 친구와 친구 등 우리사회의 모든 관계가 어떠한 면에 있어서는 진정성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 본다.

진정성이란 단어를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진정성의 어원은 ‘너 자신 그대로'(To thine own selp to be true)라는 철학에서 유래한다. 다시 말해서 진정성이란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괴리가 없는 상태” 즉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진실하고 애틋한 마음을 뜻하는 진정(眞情)이고 또 다른 의미는 거짓이 없이 참되다는 의미의 진정(眞正)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진정성(眞情性)은 이두가지 의미를 포함한 진정성일 것이다.

내년에는 4월에 국회의원 선거,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정치적 예상을 꺼내기는 조심스럽지만 내년 치러질 양대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논쟁에 맞불을 붙이며 복지를 통한 표심잡기가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복지에 대한 정당간의 차별화 간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2012년의 양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민들이 보여준 새로운 정치문화에 대한 갈망이다. 그동안 정치와 전혀 무관했던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가 단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가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지율 3%대의 시민운동가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사실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그동안 국민생활과 나라발전은 염두에 두지 않고 극단적인 정쟁만을 지긋지긋하게 벌여온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도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진정성으로부터 멀어 지게 된 결과물이다.

핵심은 진정성이다. 각 정당이 얼마나 참신하면서도 역량을 갖춘 인물을 발굴할 수 있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계파적 고려, 지역적 연고, 개인적 이득 등 사심이 들어간 정책과 공천은 철저하게 국민들로부터 외면과 함께 저항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주변에서의 정치는 말로는 원칙과 공정이 강조 되지만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위선적인 모습 등 사회는 무원칙적이고 불공정한 일들이 지천이다. 정부나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다. 저 신뢰의 사회에서 쏟아져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은 괴담뿐이다.

지난 3월 일본의 대지진이 몰고 온 방사능 공포는 실제 지진이 일어난 일본보다 우리 한국에서 더 컸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한 방울의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과 우비 등 관련 상품의 사재기는 물론 휴교령까지 내려졌다. 9월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해서는 ‘북한의 소행이다, 또는 정부가 전기료를 올리려는 고의적 정전이다’라는 괴담과 한미FTA협상 후에는 다시 인간광우병 괴담이 그것을 증명 해 준다.

선거의 해인 2012년, 과잉시대에 진정성에 대한 요구는 그동안 간과됐던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갈망이다.

정치의 본질적 가치는 사회의 희소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행위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판은 오히려 정치가 앞장서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그 갈등을 토대로 자신의 지지적 기반을 만드는 역행적이고 시대착오 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유권자들은 중대 사안이 결정될 때마다 보수와 진보의 당파적 이념적 대립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흑백논리로 대립만을 일삼는 낡은 정치가 아니라, 더 낳은 국민생활을 위해 조정하고 타협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똑똑해진 유권자와 소비자는 이제 뒤에 숨은 의도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무엇이 진정이고 아닌지를 금방 구별해 낼 수 있다. 후보자든 기업이든 이제 진심이 아니면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다. 화려한 메시지 보다는 진심이 담긴 마음, 상대방의 입장에 서는 역지사지의 공감에 기반을 둔 진정성만이 통한다.

즉 진정성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김제연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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