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형법에서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라고 규정되어 있다.

배임죄와 관련하여 일반 시민들이 접하게 되는 사안은 아마도 이중매매일 것이다. 현행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을 이중매매할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게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어야만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동산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이상 특단의 약정이 없다면 잔금수령과 동시에 매수인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으므로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제1차 매수인에게 잔대금수령과 상환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배임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상태에서 그 부동산을 다시 매도한다면, 첫 번째 매수인에게는 배임죄가 성립된다.

이러한 대법원 판단의 의미는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의무는 단지 계약상 채무로서 자신의 사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형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타인의 사무라고 인정되었다는 것이다. 그 뒤 대법원은 면허권·허가권 등의 이중양도 사안, 채권양도인의 채권의 이중양도 사안,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 동산의 이중양도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1. 1. 20.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그 동안 인정되었던 것과 달리 동산 이중양도의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즉 대법원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임을 밝힌 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따라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도인이 동산을 이중매매 하였을 경우 배임죄가 성립된다던 종전 대법원의 견해가 변경되었을 뿐이고, 중도금을 지급 받은 상태에서 부동산을 타인에게 매도하였을 때에는 여전히 배임죄가 성립된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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