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법률이나 제도의 오류나 허점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나 법률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한 번의 불편함이나 억울함을 감내하는 것으로 지나 친다면, 개선은 요원하게 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부재자투표 개시시간을 오전 10시로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하였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현행 선거법은 부재자 투표소를 오전 10시에 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오전 10시는 대부분의 직장이나 학교의 일과 시간 중이고, 따라서 투표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사실상 투표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한 학생이 부재자 투표 시간에 관한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그 학생은 ‘학업상의 이유로 주민등록지가 아닌 곳에서 거주하고 있어 지방선거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신고를 했는데 부재자 투표소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열게 되어 있고 자신의 수업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출 수 없게 되어 투표를 하지 못하였는데, 부재자 투표소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학생의 주장은 납득할 만하다. 부재자 투표는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것이지만, 오전 10시부터 투표할 수 있다면, 하루 일과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쉽지는 않고, 결국 투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오전 10이전에 부재자 투표소를 열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오전 10시부터 부재자 투표소를 열도록 한 것은 선거권을 침해할 여지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학업이나 직장 업무를 해야 하는 부재자 투표자는 투표개시 시간을 일과시간 이내인 오전 10시부터로 정하고 있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사실상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중대한 제한을 받는다’라며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오후 4시에 종료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재자 투표의 인계·발송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고 투표 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목적이 인정된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법적공백을 우려하여 이번에 다가오는 선거에는 종전 규정 그대로 운영하되 2013. 6. 30.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결정하였다.

부재자 투표소 개소시간은 한 학생에 의해 다음 선거부터는 달라 질 것이고, 이처럼 국민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법률이나 제도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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