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변호사 법무법인 온누리

그런데 때로는 감정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갑은 공장을 이전하면서 수 십억 원을 들여 공장 신축공사를 을에게 의뢰하였다. 그런데 신축된 공장에는 공사 부실로 인한 적지 않은 하자가 있었고, 갑은 을에게 하자보수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갑은 을에게 하자보수비 청구에 앞서 하자보수를 위한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사설기관에 하자감정을 의뢰하였고, 감정결과 하자보수비로 금 1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갑은 이러한 사설감정서를 제출하며 을을 상대로 금 10억 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갑의 청구는 그대로 인용될 수 있을까? 갑은 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하자보수비가 얼마인가를 입증하여야만 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감정이 필요하다.

갑은 소송 제기 전 이미 사설감정을 통해 이에 대한 입증을 마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 제기 전 법원의 관여 없이 갑 일방이 사적으로 의뢰한 감정 결과 그대로 판결할 수는 없다.

법원이 민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는 감정절차에 따르지 않은 감정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당연히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소송 상대방인 을의 입장에서도 갑의 사설감정이 어떻게 의뢰되었고, 어떠한 절차를 거쳐 나온 결과인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감정 의뢰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사설감정 결과에 따라 금 10억 원을 지급하라면 당연히 억울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법원은 갑이 제기한 소송에서 하자 보수비 산정을 위한 감정인을 지정할 것이고, 감정인은 거짓 감정의 경우 벌을 받겠다는 선서를 한 뒤 신축공장 하자 보수비 산정을 위한 감정을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갑이 많은 돈을 들여 한 사설감정의 결과는 민사소송에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고, 갑은 2번의 감정을 위한 감정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다만 갑이 승소할 경우 소송과정에서 지출된 감정비용은 을로부터 회수할 수는 있게 되는데, 어찌되었든 사설감정을 위한 비용은 불필요한 지출로 된다.

이처럼 사설감정은 법원이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적으로 행한 감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거의 없다(을이 갑의 사설감정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그 감정결과 그대로 판결이 나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소제기를 결심하였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사설감정을 할 필요는 없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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