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변호사

우리 형법은 ‘타인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의 집이나 다른 사람의 공장, 창고, 별장 등에 무단으로 들어가거나 호텔 또는 여관의 투숙 중인 사람의 방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

주거침입죄는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주거권자의 허락 없이 출입하였을 경우 성립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갑이 자신 소유의 38평 아파트의 방 하나를 을에게 임대해 주었을 경우 아무리 소유자라 하더라도 을의 허락 없이 임대해 준 을 방에 들어가면, 갑의 주거침입죄는 성립하게 된다.

여기서 만약 주거권자가 2인 이상일 경우, 그 중 1인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는 경우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은 부부이고 을이 갑 부재 중 병을 집에 들여 간통행위를 하였을 경우, 을과 병이 간통죄로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데, 간통죄 외에 병의 주거침입죄도 성립되는 것인가? 병은 무단으로 집에 들어간 것도 아니라며 주거침입죄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갑은 병이 간통행위를 하기 위해 집에 들어오는 것이라면 당연히 못 들어오게 했을 것이니 병의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 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따라서 갑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 하에 을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갑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갑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 지므로 을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갑의 주거의 사실상평온은 깨어졌기에 병의 주거침입죄는 성립한다.

그런데 만약 예를 들어 갑과 을이 부부이고, 을과 병은 회사 동료이며, 병은 회사 회식 후 을의 집에서 차 한잔 마시고 집을 나왔다고 하자. 갑은 병이 남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부인인 을의 회사 동료라 하더라도 갑 부재 중 병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주거침입죄로 고소하였을 경우, 병은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가? 최근 하급심에서 위와 같은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뉴스에 따르면 ‘부부 중 일방의 부재중에 다른 일방이 손님을 초대하는 것은 당연히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그 초대에 응한 손님이 단지 이성이기 때문에 공동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주거침입죄가 애초 예정한 처벌범위를 훨씬 넘어선 해석이며 가벌적 행위를 무리하게 확장한다는 점에서 따를 수 없다’며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한다.

담당 재판부는 ‘부재중인 배우자가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는 이유로 손님의 방문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주거침입죄의 처벌 범위가 불명확해 진다는 점을 지적하였다고 한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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