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변호사 법무법인 온누리

농부는 다음 날 주인에게 돈을 달라고 하였는데, 주인은 농부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발뺌을 하였고, 결국 농부는 억울한 마음에 소송까지 제기하였으나, 돈을 맡겼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 패소하였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해 그 농부는 소를 판 뒤 다시 그 여관에 들려 돈을 맡기면서 현금 보관증을 받아 두었다.

농부는 하루를 지낸 뒤 다음 날 아침 여관 주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집에 간 뒤 ‘돈을 맡겼는데도 여관 주인으로부터 돈을 돌려 받지 못하였다’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여관 주인이 작성해 준 현금 보관증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여관 주인은 현금 보관증을 작성해 주고 돈을 받아 잠시 보관하였다가 다음 날 분명히 반환해 주었다고 주장하였으나 결국 패소하여 돌려 준 돈을 다시 농부에게 지급하게 되었다고 한다. .

현금 보관증이 없다는 이유로 농부에게 돈을 반환해 주지 않은 여관 주인이나 의도적으로 현금 보관증만을 받아 두고 영수증을 작성해 주지 않은 채 소송을 제기한 농부도 진실을 은폐하며 재판부를 기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혹자는 농부가 처음 제기한 소송에서 진실이 밝혀졌다면 두 번째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농부를 두둔하거나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재판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만 오고간 말들이나 일들에 대해 누구 말이 진실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런 이유로 민사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이라는 원칙하에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소송에서 농부는 돈을 맡긴 사실을 입증해야만 하는데, 돈을 맡겼다는 농부 말만 있기에 농부가 패소한 것이고, 두 번째 소송에서는 현금 보관증이 있으므로 반대로 여관 주인이 돈을 돌려 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돈을 돌려 주었다는 여관 주인 말만 있기 때문에 여관 주인이 패소하게 되는 것이다.

민사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불리한 판결을 받도록 되어 있고, 따라서 때로는 소송 당사자가 알고 있는 진실과 소송의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차용증이나 영수증을 작성하는 절차를 쉽게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특히 적지 않은 돈이 오고가는 경우라면 나중에 제3자가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증거는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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