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논설위원

이에 대한 답은 복지정책이 선별적인가 아니면 보편적인가에 달려있다. 미국의 복지는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다. 시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는데, 이처럼 복지의 부담자와 수혜자가 분리돼 있다 보니 중산층 이상의 국민이 세금을 더는 안 내려고 한다.

결국 선별적 복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축소되고 질적인 저하마저 발생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 추구해온 보편적 복지는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이든, 성공한 사람이든 누구나 복지의 주체가 된다.

복지의 수혜자와 부담자가 일치하는 것이다. 때문에 중산층 이상의 국민이 세금을 기꺼이 내려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세금을 내는 것이 사회적 책무이고, 복지를 권리로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안 사안마다 차이가 있고 주요 정치세력마다 주장의 차이가 있는 만큼 실직적인 답은 복지예산의 문제에서 찾아보는 것이 합당하다.

국가가 다 해줄 테니 국민들은 세금을 더 낼 필요도 없고, 그냥 받아먹기만 해라? 그런 세상은 없다.

현재 우리국가의 복지 과제는 일자리, 교육, 주거, 노후, 의료등 5가지이다. 현재 단계에서 이의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연간 10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증세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 한 것이 우리의 시대적 과제이다.

2011년의 총예산이 309조 6천억이고 그중 복지예산이 86조 3천억임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100조원이라는 예산을 편성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회원 국가가 된 지20년이 가까워지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이미 열었으며, 국제사회도 이제 한국이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원조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의 성과만큼 우리네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전혀 아니다. 연간 노동시간이 2,209시간으로 OECD 기준으로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빈곤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산업재해율은 1위이고, 자살률도 1위이며, 노인빈곤율도 1위다.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꼴찌이고 출산률도 꼴찌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 구조 속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자영업자들도 몰락하고 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사회분위기는 희망까지 잃어버린 조짐이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급속하게 노령화의 사회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이 지표들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복지 수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복지국가는 시대의 대세이며 우리의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하지만 복지국가가 우연히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국가 방향에 투철한 중심세력이 확고히 형성되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 지식인, 정치세력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

민주사회를 주창해온 정치, 경제, 환경중심의 시민운동도 이제는 복지운동으로 전환을 기해야하는 시점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 재정하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풀뿌리복지를 위해서는 삶터중심의 자발적인 복지활동이 더 없이 시급한 실정이다.

복지수요는 끝이 없고 호주머니를 쥐어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시점이서 지속발전가능한 복지안산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다.

풀뿌리 복지활동의 활성화를 통한 자율적 복지체계의 구축, 이것이 대안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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