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논설위원

심각한 것은 OECD기준으로 1일평균 12.8명보다 3배가 훨씬 넘는 42.6명(년 15,566명)이라는 것이며 더 큰 문제는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삶에 대한 희망과 원대한 계획으로 가득차야 할 젊은이들은 ‘무조건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세계가 황폐화하고 있다. 여기에 무자비한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사회분위기도 자살을 부추기는 일종의 사회적 타살 성격이 짙다.

또 노인들의 경우 건강 악화, 사회적 단절, 우울증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경제적 빈곤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5%로 OECD 평균보다 3.4배 높다. 급속한 고령화에다 핵가족화와 사회안전망 부재로 노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자녀는 부모들을 모시길 꺼리고 국가도 이들을 돌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청소년의 자살률이 10만명당 13.0명이며 65세 이상의 노인층의 자살률은 10만명당 33.5명으로 모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대국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예산은 연간 20억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추산대로 연간 10만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볼 때 예산 규모로만 보자면 자살을 방치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 이어지는 불황의 늪 속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와, 청소년 성범죄사건들은 우리의 사회구조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더더욱 증가시켜주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숨 가쁜 경제성장 끝에 우리 제품과 K팝이 세계를 휩쓸고, 국가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아지고, 올림픽 금메달 순위로 5위에 오르게 됐지만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우며 문제해결의 근간인 복지체계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복지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1년 복지예산의 총 규모는 86조3천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309조6천억 원의 27.9%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1960년대 산재보험 제도가 도입됐고, 1973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됐다.

1986년에는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됐다. 1990년대 중반 실업의 위험에 대비하는 고용 보험 제도가 도입되어 4대 보험의 틀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이지만 재산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약 340만명에 이르고 있다. 약 800만명 정도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수가 사회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

이들의 경우 국민연금은 32%, 건강보험은 35.8%, 고용보험은 34.5%만이 가입돼 있다. 복지재정 지출 규모도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GDP 대비 우리나라의 공공복지지출은 7.4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0.6%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운영의 최고 목표는 국민의 삶을 인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에서 비롯된 경제적인 요인과 좌절속에서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체제를 본격적으로 재고할 시점에 와있다.

누구라도 절망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불신, 증오, 갈등에서 벗어나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부족한 국가 재정 하에서 갈 길은 멀고도 멀고 해결의 방안이 보이지도 않는다.

복지의 주체인 국가의 실태가 이러한 만큼, 우리 안산과 같은 자치단체에서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복지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복지가 시대적대세인 만큼 지역 나름대로의 복지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 안산고유의 복지체계를 구축해 보자. 기업과 연계하여 복지재단을 만들거나, 주요단체들이 복지활동을 강화한다든지, 기존의 조직인 통장들의 활동방향을 전환한다든지, 각 삶터마다 촘촘히 풀뿌리 복지단체를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등등의 활동이 시급하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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