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논설위원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의 성과만큼 우리네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전혀 아니다. 연간 노동시간이 2,209시간으로 OECD 기준으로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빈곤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산업재해율은 1위이고, 자살률도 1위이며, 노인빈곤율도 1위다.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꼴찌이고 출산률도 꼴찌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 구조 속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자영업자들도 몰락하고 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사회분위기는 희망까지 잃어버린 조짐이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급속하게 노령화의 사회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있는 우리나라의 최대화두는 단연 복지국가이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고 빈곤과 불평등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가 시대적 정신이 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복지정책이 이슈가 된 선거였다. 이것이 무상급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풀뿌리 지역주민이 복지의 대상자이며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풀뿌리 복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현장에서의 세심한 기획과 집행의 결과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고유의 복지 색깔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 남동구의 경우 신규 택지지구 입주 수요가 늘어 상대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특성을 고려하여 보육시설중심의 복지제도를 구축했는가하면 성북구는 20개 동마다 복지협의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노원구도 ‘동 주민센터 복지허브화’를 추진해 복지행정의 주체를 구(區)에서 동(洞)으로 옮겼고 행정 보조 역할을 하던 통장에게 복지도우미 역할을 주고 있다. 대전은 2004년부터 ‘복지만두레’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산내동 복지 만두레의 경우 150여명의 회원들이 매월 1만원의 회비와 기업·단체 등의 후원금 등 연간 8,000여만원의 재원으로 200세대의 자매결연가정을 돕고 있다. 광주ㆍ전남 지역의 신용협동조합의 '풀뿌리 복지사업'이 주목받고 있고, 천안의 풀뿌리 희망재단도 눈여겨볼만한 사례이다.

이 재단은 산부인과 의사는 새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5000원씩을, 음식점 대표는 손님 1인당 100원씩을, 호프집 대표는 매출의 1%를 꾸준히 기부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주도형 풀뿌리 복지운동의 모범사례로 ‘관악사회복지’도 있다.

우리안산의 경우 복지의 정도는 어떠할까? 우선 시설적인 면으로 보면 전국 최 상위권에 해당한다. 노인 1천명당 요양시설 수는 3.68개로 유아 1천명 당 보육시설 수도 20.97개로 상당한 편이다. 또한 양로시설이나, 사회복지관, 지역자활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수가 안산지역은 231개로 수원(216개) 고양(225개) 부천(214개)로 경기도내 시군 중 가장 많다.

이렇다 보니 이를 뒷받침하는 복지관련 예산은 2652억여원(2010년 결산기준)으로 전체 세출 7830억의 33.8%에 이른다. 여기에 무상급식비, 교육지원금, 보육지원비 등을 추가하면 복지비가 거의 40%에 가까워진다.

부천시의33.1%, 수원시 30.8%와 비교해도 확실히 높은 수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볼 때 저소득층이 비율이 높고, 고향마을에 사시는 사할린 영주귀국 세대를 포함해 기초수급생활자와 차상위 계층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명 미만이 거주하는 노인공동생활가정의 숫자가 50여개로 타 시 군보다 월등히 많고, 빈민층과 결손가정이 많으며, 젊은 맞벌이 부부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중심의 복지수요자는 많은 반면 복지공급자가 적은 도시구조상의 문제이기도하다. 이처럼 복지수요는 경기도내 최상위급에 해당하면서도 재정자립도(49.3%)는 최 하위수준인 안산인 만큼 해결방안의 마련조차 요원하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여 우리시에서는 장애인 가정 출산지원금 확대시행, 실버안전지도원, 노인 목욕바우처 사업, 이동복지상담실 운영, 어린이 주치의 제도, 보육OK지원센터 건립 등의 고유한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실정을 감안한 선택이고 이로 인해 전국 최고의 복지도시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복지선진국들이 재정파탄이나 위기에 봉착하여 기존의 복지정책을 대폭 축소하거나 하물며 학생들에게의 우유지급까지 중단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예산외에 민간의 자발적인 복지분담과 지역사회복지네트워크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태에 직면했다. 우리도 예산외적인 시스템구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의 설치로 맞춤형복지를 열어가는 강서구의 사례도 참조해볼 만한 대안이고, 천안의 풀뿌리 희망재단의 운영방식(가칭, 백의천사운동)을 참고하여 성북구와 대전과 같이 동단위의 풀뿌리복지기구의 설립·운영(가칭, 희망안산)은 산업단지와 도시, 상가와 주거지가 잘 어울어진 도시의 특성을 감안한 바람직한 대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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