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논설위원

유족들마다 상황이 다르고,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추산한 방법을 참고하여 계산하면 약 2,650,000원이다.

물론 정신적 피해와 4~5일장으로 인한 피해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2010년 화장을 시행한 우리시민이 1,993명인만큼 우리시민들은 1년에 약 53억 정도를 다른 도시에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화장장을 설치하는 비용은 292억이고 국도비를 제외하면 237억인 만큼 화장장이 없는 관계로 시민들이 낭비하고 있는 비용을 5년간 아끼면 화장장을 건설하고도 남는 셈이다. 유족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방안을 마련할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시민들이 호주머니를 털도록 방치하고 있으면서 화장장의 설치와 관련된 비용을 세금낭비라고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 실로 궁금하다. 1600억, 3300억원을 투자하여 건축한 용인시청, 성남시청의 건축비는 예산낭비이다.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른 도시현실을 외면하고 도시의 품격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돔구장 (1조 2천억), 안산종합운동장(1200억), 화정천(400억) 등의 사업이 예산낭비라고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도시이미지나 미관을 고려하고 투자효과도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인 의무시설도 아니고 일부계층만 이용하는 이들 시설물과 달리 법적인 필수시설이며 복지의 기초시설이고, 모든 시민들이 이용하는 화장장건립비를 예산낭비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화장실을 집밖에 두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였고 어려운 시절엔 수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몇 10년 흐른 지금 웬만한 가정은 집 외부가 아닌 내부에 적어도 1~2개씩의 화장실을 가지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의 순응 결과이고 가족들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화장이 시대적 추세인 지금 화장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이 바로 화장장이다. 가정의 화장실과 같은 필수시설을 지으면서 비용낭비를 운운하는 것은 시대적 착오이다. 또 시민들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도 화장장인 만큼 수량에 대해 과학적인 수치를 적용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특히 100만에 가까운 규모의 도시가 7년에 걸쳐 진행해온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화성시의 공동화장장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실로 근시안적인 판단이기도하다.

일본의 경우도 한때 공동화장장이 선풍이었다. 예산절감이라는 이유에서였으며 인구 규모는 30~50만 단위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10~20년이 지난 이제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의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피해를 저감시켜주기 위해 독자적인 화장장설치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굳이 일본이 아니라 충남의 경우에도 홍성에 공동화장장이 있다. 충남의 거의 모든 도시들이 비용을 출자하여 증축한 화장장이었다.

그러함에도 최근 천안과 공주가 독자적인 화장장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사례를 눈앞에서 보고도 410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 화장장의 설치를 주장하는 것이 합당한지 실로 궁금하다. 이러한 화장장으로는 우리 시민들의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결국 공동화장장의 참여는 예산만 낭비하고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분담금을 생각하면 공동화장장의 참여는 더 예산낭비이다. 참여한 도시들의 인구비를 기준으로 MOU를 체결한 모든 자치단체가 참가할 경우 우리 안산시의 분담금액은 약 176억원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건설하는 것과 불과 토지매입비에 해당하는 60억원 정도의 차이이다. 그러나 이미 입장을 밝힌 대로 부천과 평택의 불참이 현실화 될 경우 그 분담금액은 우리의 설치예산보다 훨씬 능가하게 된다.

그리고 화장장만 사용하게 되는 우리시의 입장에서 사용치도 않을 장례식장, 자연장, 납골당 등의 건설비를 분담해 준다는 것도 명분이 없지만 우리의 호주머니를 털어 해당주민들의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어떤 논리로 설명해야하는 궁금하다.

우리 돈으로 우리의 시설을 건축하고 우리주민을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자립형 화장장을 설치하는 것이 예산낭비가 아니라 실제로는 공동 화장장의 참여가 예산낭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인 소모전으로 결국 화장장 설치를 포기한 부천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 후손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은 우리세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현규 논설위원  parkhg59@daum.net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