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누구나 특유의 ‘남 탓’ 문화가 있다. 오죽하면 속담에 ‘잘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성공하면 자기가 잘해서 된 것이고 실패하면 그 이유를 남에게서 찾으려는 것을 꼬집는 속담이다.

남을 탓하는 것도 습관이다. 우리는 남을 탓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안되면 무조건 ‘조상 탓’을 한다. 부부가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가다 다툼이 일어나면 대다수가 배우자 때문에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깊이 생각해보면 모두가 나 때문에 그런 경우가 절대 다수다.

남을 가리킬 때 자신의 손을 잘 봐라. 다섯 손가락 중 두 손가락은 남을 가리킨다.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해 있다. 모든 것이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많은 이유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일은 하지 않고 놀면서도 상대방 때문에 업무 영역도 좁아지고 승진도 밀리고 급여도 덜 받는다며 불평을 쏟아내기 일쑤다. 사업이 안 되는 것도 남을 탓한다. 자신과 직원의 노력이 부족함은 잊은 채 거래처가, 주변의 협력자가 도와주지 않아서라고 남을 탓한다. 심지어 건강이 안 좋아진 것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몸을 관리하지 않았으면서 친구가, 상사가, 남들이 먹기 싫은 술을 권해서라는 등의 핑계를 대기 일쑤다. 자동차를 운행하다가도 사고가 나면 서로 핏대를 올리며 고성을 지른다. 물론 내 탓이 아니고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탓한다.

어디 그 뿐인가. 왜 안산이라는 도시가 이렇게 형편없느냐고 불만이다. 도시의 리더가 자질이 없어서 그렇다고 탓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탓하고 있는 리더는 누가 뽑았는가. 바로 탓하고 있는 내가 뽑아놓은 것이다. 살기가 힘들어져도 역시 정치인을 탓한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못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나의 선택이었다. 이제는 ‘남 탓 문화’를 버려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1980년대 후반 전 국민운동으로 전개됐던 ‘내 탓이오’ 운동이다.

‘내 탓이오’ 운동은 모든 것이 내 허물과 탐욕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내가 죄인이라는 캠페인이었다. 우리 사회에 ‘남 탓 문화’가 위험수위까지 왔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누군가 책임 전가 대상을 찾는 것은 계속적인 불행을 자초한다. ‘남 탓 문화’ 이제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평온한 마음으로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남 탓의 부작용은 바로 인생의 대실패다. 영화배우 한석규가 어느 영화에서 한 대사다. “네가 시스템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고 그런 세상 만든 꼰대를 탓하는 것 다 좋아. 좋은데, 남 탓 해봐야 세상 바뀌는 것 아무것도 없어. 그런 사람들 네 이름 석자도 기억 못해. 정말로 네가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돼. 남 탓 그만하고 네 실력으로.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알았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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