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기세를 올리던 날씨가 입추로 접어들면서 거짓말처럼 수그러지고 있다. 찬바람이 섞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오묘함에 대한 감탄은 잠시 접어두고, 걱정이 앞서는 분도 있다. 그 중에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른기침과 함께 쌕쌕거리는 천명(喘鳴)이 일어나면서 끈끈한 가래를 뱉는 증상을 호소하는 분도 많으리라 짐작된다.

바로 환절기의 건강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복병인 천식(喘息)이라는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다. 천식이란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가역적인 기도폐색과 염증을 동반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즉 기관지가 정상인보다 민감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사리 반응해 기도를 수축시키게 되는데 치료 혹은 자연적으로 단시간 내에 증상이 소실되므로 가역적이라고 한다. 천식은 원인에 따라 ‘기관지’와 ‘심장성’으로 나누기도 한다.

계절과 환경에 주로 영향을 받는 것은 기관지천식이다. 기관지천식은 유발요인에 따라 ‘내인성 천식’과 ‘외인성 천식’으로 구분한다. 이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것인지 또는 감염으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구분한 것으로 실제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천식의 일반적인 증상은 호흡곤란과 천명(喘鳴), 기침이다. 호흡곤란은 대개 내쉬는 호기(呼氣)가 많고 들이마시는 흡기(吸氣)가 적어 숨 쉴 때마다 헐떡거리는 것이다. 천명은 가랑가랑 또는 쌕쌕거리는 소리가 가슴에서 나는 증상이며 기침은 주로 야간에 심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기침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새벽 또는 이른 아침까지 심하나 오후에는 대부분 멀쩡한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 우리는 흔히 감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감기약을 먹어도 2주 이상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한 번쯤 천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더불어 찬바람을 쏘이거나 찬 음료 등으로 몸을 차게 한다든지, 먼지·냄새·연기·스트레스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뛰거나 하면 기침을 하고 호흡이 곤란한 경우도 천식과 관련된 진단이나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천식은 날씨를 비롯 집 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등이 항원(알레르겐)으로 작용하는 알레르기를 들 수 있다. 천식은 감염, 자율신경계의 부조화, 내분비계의 이상, 정신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라 보면 된다.

즉 천식은 체질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부모 중 어느 한쪽 이상이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장이 허약해서 설사나 변비가 잦은 경우 소위 과민성 장증후군 등이 있다면 그 자녀가 천식일 가능성은 매우 높게 된다.

다시 말해서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경우, 알레르기 반응 등의 후천적인 원인이 더해져서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감염 등의 원인들이 추가로 작용해서 기관지가 좁아지는 천식 발작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폐의 기능에 이상이 발생한 상태에서 찬 기운이 폐를 상하게 할 경우 수축과 팽창운동이 원활해지지 못해 천식이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폐한(肺寒)이라고 한다. 이처럼 폐한은 외적인 병인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호흡기가 약하다는 뜻이므로 내적인 소인을 의미하는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가래로 표현되는 담(痰)으로 인한 천식이다. 담(痰)은 오장육부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외감(外感)이나 음식, 기후변화, 정신적 요인이 겸하였을 때 발생해 천식을 유발한다.

천식 치료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의 허(虛)한 상태를 바로 잡아 체질을 개선시키고 면역기능을 조절함으로써 몸의 저항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근본치료로 삼아야 한다. 그 외에 항염증에 도움이 되는 약과 기관지 경련을 완화시켜 주는 약을 추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헐떡이는 호흡양상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천식을 한마디로 말하면 ‘급한 병’이라 할 수 있다. 요즈음 흔해진 질병 중 하나인 천식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급하게 일을 진행하기 위한 산업화와 교통수단 등으로 인해 황사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몸의 면역력이 약해져 천식을 쉽게 일으키게 된다.

빨리 먹기 위해서 음식이 인스턴트화가 되고 각종 화학첨가물을 함유한 것들을 많이 섭취하게 되므로 여러 독소가 몸에 축적돼 담음(痰飮)을 발생시킨다. 이런 담음이 천식을 일으키는 것이다. 더운 여름에 갈증이 날 때 에어컨이나 찬 물을 거리낌 없이 이용하는 것도 폐나 기관지를 차갑게 하므로 가을이나 겨울에 천식을 조장하게 된다.

‘급한 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심하고 격렬한 운동은 과 호흡을 일으키고 수분 소실로 기도 수축을 초래하므로 과하지 않게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은 해도 점점 늦게 뜨므로 찬 공기를 마시는 새벽운동도 늦추는 것이 좋다.

땀은 여름 동안 많이 흘렸으니 가을의 수렴(收斂)하는 기운에 맞춰 덜 흘려도 된다. 억지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는 운동은 자칫 살이나 지방을 빼는 것이 아니라 기운과 수분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둘째, 적절한 식생활이다.

인스턴트 음식을 가급적 줄이고 찬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피하고 느긋하게 천천히 먹도록 하되 과식은 금물이다. 야간에 식사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만일 음식을 먹었다면 소화가 다 되기를 기다려 천천히 자리에 눕도록 해야 한다. 위장 내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류 등으로 인해 기도의 수축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신적 긴장을 늦춰야 한다. 특히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고 항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긴장을 풀기 위한 흡연은 오히려 비 특이적 자극으로 작용해 증상을 악화 또는 지속시킬 뿐 아니라 천식의 발생에 직접 관여해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업무에 지친 몸과 마음을 더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주말을 이용해 교외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것도 안정을 찾고 천식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천식이라는 병은 숨쉬기조차 여유가 없어진 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침이나 천식에 좋은 음식이나 약재는 인삼, 오미자, 호두, 도라지, 더덕, 은행, 모과, 배, 돼지고기 등이 있다.

이들은 민간요법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상당한 약효와 기관지를 보호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어 천식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확한 증상이나 몸 상태의 구별이 없으면 오용하기 쉽고 치료시기를 놓쳐 더 위험한 질환이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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