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념치 마라 - 안산신문

우리나라에 ‘나도 피해자다’라는 ‘미투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직 검사로부터 촉발된 미투운동이 문화예술계, 교육계, 정치계 등으로 엄청난 속도로 번지고 있다.

미투운동이 불길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 JTBC 뉴스룸을 통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와 정무비서를 지낸 김지은씨가 작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수차례 성폭행과 수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비서가 SNS 상에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안 전 지사와 주고받았다는 내용 중에 ‘괘념치 마라’는 단어가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괘념(掛念)’의 괘(掛)는 ‘걸다’, ‘매달다’, ‘걸치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다. 괘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두고 걱정하거나 잊지 않음’이다.

괘념을 한자가 지니고 있는 그대로 직역하면 ‘생각에 걸다’, ‘생각에 매달다’ 정도다. 괘념과 혼란을 가질 수 있는 비슷한 말로 ‘개념(槪念)’이라는 단어가 있다. 개념의 ‘개(槪)’는 ‘대개’, ‘대부분’, ‘대략’이라는 의미다.

개념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표현하는 어휘다. 일반적으로 판단에 의하여 얻어지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생각’을 의미한다. 이처럼 ‘괘념’과 ‘개념’은 비슷한 말 같지만 함축된 의미는 조금 다르다.

두 단어의 뜻을 토대로 안 전 지사가 사용했다는 ‘괘념치 마라’의 의미를 해석하면 그가 사용했던 “잊어라, 마음에 두지 마라, 생각하지 마라”에 모두 담겨 있다.

‘괘념치 마라’는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말고 잊어버려라’는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결국 ‘마음에 두고 걱정하지 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안 전 지사의 ‘괘념치 마라’는 표현에 대해 “청유형이나 동조형이 아니라 지시형이다”고 얘기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선한 의지’라는 어휘를 사용해 당원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안 전 지사가 전공을 살려 세치의 혀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근래 비서와 SNS 상에서 주고받은 ‘괘념치 마라’는 공분을 일으켰다.

왜일까?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했지만 행동은 못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까지 급부상했던 안 전 지사의 사건으로부터 무엇을 깨달아야 할지 많은 생각이 스친다.
인간이 혼자 있는 시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인성이라고 얘기한다.

우리 모두는 안 전 지사의 사건을 통해 겉모습만 화려한 언어의 마술사가 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진정성 있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반면교사로 삼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