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사상에 물들어 있는 우리나라는 유독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그러다보니 여성을 위한 법이 따로 존재해 왔다.

바로 ‘여성발전기본법’이었다. 1995년 제정됐다. 법 제정도 23년 정도에 불과하다. 여성 정책의 헌법이라고도 불린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존재했으면 여성발전기본법까지 만들었겠는가. 여성발전기본법이 만들어진 후 20년이 흐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껍데기만이라도 해소됐다며 ‘여성발전기본법’을 개정해 ‘양성평등기본법’을 만들어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불과 2년 8개월 전의 최근이다. 이 법은 대한민국 헌법의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제1조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법은 ‘양성평등’의 개념을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성희롱의 개념도 확대해서 상대방이 성적 언동이나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반대로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도 성희롱 범주에 포함시켰다.
성적 요구 등에 따르는 조건으로 학점을 잘 주거나 불응 시 점수를 낮게 주는 행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매년 7월 1일부터 7일로 지정됐던 ‘여성주간’은 법 개정에 맞춰 ‘양성평등주간’으로 명칭도 바뀌었다.
하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를 더 잘 알고 이해해야 하는 남성들은 내용을 모르기가 일쑤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최근의 미투운동도 남성들의 양성평등 무관심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 사회, 경제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입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지 않는다.

73만 명의 거대한 인구가 모여 사는 안산의 경우 자치단체에 현재 여성국장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승진 대상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필자는 공직사회가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공직자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하겠지만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 공직자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위직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수밖에 없다.

정치계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이 여성공천 할당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에 치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는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기초와 광역의회에 진출하려고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기회를 주는 일도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