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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산증인
  • 안산신문
  • 승인 2020.05.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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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소설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나의 인생도 참으로 많은 역사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베이비 붐 세대로 태어나 일제시대나 6.25 전쟁, 4.19의거와 5.16 군사혁명도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온 60여 년도 나라가 위태한 순간은 너무나 많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IMF외환위기, 세월호사고, 코로나까지 내 인생의 5대 큰 사건이다. 70~80대 어르신들을 보며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하는데, 386세대인 나도 이제 어엿한 역사의 산증인이 되었다.

 나라를 위한 위대한 명제도없이 평범한 국민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는데, IMF외환위기, 세월호사고가 터졌을 때는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했지만, 나의 잘못을 먼저 점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금모으기도 동참하고, 안전불감증을 고치고 바르게 살기에 앞장섰다. 내가 열심히 산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모범적인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좋은 국가가 된다는 것을 믿었기에 정권에 상관없이 열심히 살았다.
 평범한 여고생일 때 터진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벌써 40주기가 되었다. 40년이란 오랜 시간동안 제대로 처벌도 사과도 하지 않고 범죄자와 피해자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정치란 나와 별개인 걸로 알고 투표만 하고는 정치가에게 믿고 맡겼는데, 정치가가 민중을 우롱하는 일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때로는 분노하고 실망하면서 정치인보기를 경원시했다.
 어떤 위대한 정치지도자도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일이 우리가 바라는 일이지만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는 역사의 중심을 관통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몸으로 겪고 많은 지도자를 보았다. 그 중에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함께 하는 지도자도 분명 많았다.
 얼마 전 우연히 이원재시인의 『어떤 남자를 스치다』라는 시집을 접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시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솔직담백하게 시로 풀어놓았다. 과장해서 위대하다거나 우상화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려 애썼던 사람. 그래 이런사람이었지하며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였다.

 
십자가를 짊어졌던 사람 아니다
심장의 사막에서 솟아나는 소리
그 소리에 감히 귀 기울인 사람
팽창하는 심장을 용감하게 용납하고
그 심박을 응시한 사람
지순하고 박애하지만
십자가를 짊어졌던 사람은 아니다.

가슴의
그 소리를 따라 직진한 사람.
살갗의 소리와 코의 소리, 눈의 소리를 거부하고
오직 제 가슴의 소리를 따라서
걸어서 걸어서 간 사람- < 이원재. 시. 심장의 소리 전문>


 시집을 읽으면서 정치가가 야망이 없고 오로지 국민만을 섬기려 했던,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았던 일이 나의 역사의 증인이자 자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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