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독일의 함부르크 대학의 프로리안 R 헤르텔과 나딘 M 스코넼(Florian R Hertel & Nadine M Schoneck)가 2019년에 쓴 연구논문인 “ 27개 OECD 국가의 갈등 인식 :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집단적 계층화 신념의 역할”에서 27개 OECD국가 중에서 한국은 사회적 갈등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로 조사되었다. 2017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갈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은 우리나라 GDP의 27%로 어림잡아 150조원이다.

사회적갈등이 정권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국가경영의 우선순위가 갈등관리가 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국민대통합위원회니 지방자치단체에 시민소통팀들을 두고 있다. 갈등수준이 높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갈등이 생기는 요인은 크게 보면 배분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자원의 유한성이다.

제한된 자원을 독점하려고 하려고 하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동양적 사고로 보면 갈등을 말 그대로 왼쪽으로 감으려는 칡넝쿨과 오른쪽으로 감기려는 등나무의 엉킴이다. 꼬일대로 꼬여서 풀 수 없는 상태를 갈등이라고 한다. 심리적인 선택의 내적 상충도 갈등이다. 영어인 conflict(갈등)의 어원은 라틴어 conflictus의 과거분사형인 comfligere에서 왔다. com(together) + fligere(to strike)라는 의미이다. 즉 서로 때리거나 부딪치는 상황을 형상화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갈등은 밖으로 드러난 상황으로써 싸움이나 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과 다른 개인이나 집단 간의 대립을 나타낸다. 동서양 문화권의 갈등에 대한 이해에는 미묘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 차이에 따라 갈등에 대한 해결에도 차이가 생갈 수 밖에 없다. 서양문화권에서는 밖으로 드러난 갈등, 즉 분쟁을 단계적으로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갈등해결 과정이 발달한 반면, 동양문화권에서는 외적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내적 갈등을 푸는 것이 먼저라는 인식에서 개인의 마음을 가다듬고 덕(德)을 키우는 접근법을 강조한다. 갈등 해결의 동서양의 대응방식은 오랜 시간을 두고 발달되어 온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고 더 좋은 방법인가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두 문화권의 갈등에 대한 이해와 대응방법에 있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함으로 두 방식에 대한 적절한 균형 또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갈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갈등은 서로를 견제하므로 긴장감을 갖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드는 동기요인으로서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극단의 파괴적 갈등은 폭동과 폭력에 이르는 분노를 유발한다. 역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갈등관리가 필요하고 협상의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타협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서로가 양보하고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당성 구조(plausibility structure)라고 하는, 한 사회가 공유하는 신념과 가치가 분명한 사회에서는 논의의 준거가 되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땅 덩어리도 작은 데 지역적으로 타당성구조가 다르다.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정치지도자들이다. 모든 갈등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은 근시안적이고, 갈등은 부정적, 파괴적인 감정을 만들지 않고서도 적극적으로 토론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는 상호작용 관점은 왠지 불완전해 보인다. 갈등관리 관점은 갈등을 대부분의 조직에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보다 생산적인 갈등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갈등을 ‘불’과 비교하는 이유다.

불은 우리에게 따뜻함과 식습관의 변화, 나아가 문명의 발전을 담보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 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의 선물인 동시에 일순간에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재앙 덩어리다. 이 민감하고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갈등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지 말고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극단적인 파국을 막고, 발전을 도모하는 로드맵으로 바꾸어야 한다. 스티븐 로빈스와 티모디 저지(Robbins & Judge, 2012)는 갈등의 수준과 독단적, 협력적 수준을 적용하여  ‘경쟁’ ‘협력’ ‘회피’ ‘수용’ ‘타협’ 등이 다섯가지 갈등처리 방법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달렸다. 각 개인과 조직의 감성과 주장은 서로 다른 목적과 방향성을 지닐 수 밖에 없고, 이를 하나의 도식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보면서 고성이 난무하고 토론 보다는 패거리싸움처럼 비쳐지는 현실이 슬프다. 헌법적 가치, 상식적 기준, 사회적 합의를 준거를 잣대로 삼는 다면 갈등으로 인한 낭비적 소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