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서우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변호사님, 공증을 받아 놓으면 안전한가요?” 또는 “공증을 받아 놓으면 돈을 받을 수 있나
요?” 등이다. 이러한 질문은 공증에 대한 이해부족 또는 공증에 대한 과도한 신뢰 때문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증은 담보가 아니다. 즉, 금전채권의 변제를 확실히 하는 것은 ‘담보’이지 ‘공증’이 아니다. 그 차이를 설명 드리고자 한다.
담보는 인적담보와 물적담보로 구분하는데, 인적담보의 대표적인 것이 (연대)보증이다. 물적담보의 대표는 (근)저당권으로 대표되는 담보물권이다. 인적담보는 사람의 지불능력을 보강하여 변제를 담보하고, 물적담보는 물건의 교환가치로 변제능력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담보가 있는 경우 금전채권의 집행은 매우 수월해진다.
그렇다면 공증은 무엇인가? 공증은 채권을 확인받는 절차이다. 즉, 내가 받을 돈이 있다는 것을 공적기관이 확인시켜 주는 제도이다. 이러한 확인이 필요한 이유는 강제집행 절차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기 힘으로 권리행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모든 집행은 국가에 의뢰해 진행해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기관이 법원에 소속된 집행관이다. 그런데 그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문서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인 사이에 작성한 차용증을 가지고 집행신청을 할 수 없고 이에 대해 공적으로 확인된 문서가 제출 되어야만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집행권원’이라 하며 대표적인 것이 법원의 판결문인 것이다.
판결문은 법원이라는 제3의 기관이 개인의 권리를 공적으로 확인해 주는 가장 확실한 문서이다. 그러나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기까지 소모적인 재판절차를 거쳐야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원은 ‘제소전화해’라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는 당사자가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법원에 가서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무를 확인시켜놓는 것이다.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단하며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재판을 거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공증은 이러한 권리확인을 법원이 아닌 공증인이 한다는 차이가 있을뿐 이다. 즉, 공증의 유익은 고비용 저효율의 재판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는 실무상 매우 큰 장점이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공증의 한계이다. 왜냐하면 집행을 통해 권리실현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적인 권리확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소전 화해나 공증서는 재판절차 없이 집행관에게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신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채무자에게 강제집행 할 재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채권확보는 집행재산이 있는지 여부에 좌우되는 것이다. 집행재산을 확보하는 것은 담보제도를 통하는 것이다. 공증만 받아 두고 돈을 빌려 주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공증은 받지 않아도 되지만(나중에 재판하면 되니까),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공증서나 판결문, 제소전화해조서 등 집행권원은 그냥 무의미한 종이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공증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나 의존도를 조금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 채권확보는 이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