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서우법무법인 대표변호사>

형사절차에서 ‘구속’은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수사단계에서 신병 확보를 위한 구속과 처벌개념의 구속이 그것이다. 수사단계에서 신병확보를 위한 구속은 검사가 신청하고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심사하여 영장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처벌로서의 구속은 주로 법원이 형사재판 과정을 거쳐 실형선고를 하면서 법정구속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둘은 겉으로 보면 같아 보이지만 그 내면의 원리는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수사단계에서 신병확보를 위한 구속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는 경우 수사와 재판을 원활히 받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죄가 있는지 여부는 직접적인 구속이유가 되지 않는다. 물론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도 당연히 살펴야겠지만, 죄의 인정여부는 본안재판과정을 통해 증명되어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범죄의 혐의가 높아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재판을 통해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처벌로서 구속은 범죄혐의가 인정된 경우 이루어진다. 또한 반성 하는지 여부 및 합의, 재판태도, 재범위험성, 전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처벌의 정도를 정한다. 따라서 법원 재판에서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면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기 보다 반성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구속을 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수사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구속여부는 다르다. 여기서 죄를 인정한다고 하여 구속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죄를 인정한다면 본안재판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것이 분명하므로 그때까지 처벌로서의 구속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볼 여지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만약 억울한 상황이라면 범죄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보여야 본안재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본안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무죄증명을 하기 위해서라도 도주할 이유가 없다는 점, 충분히 수사가 되어 더 이상 인멸할 증거가 없다는 점, 주거지가 일정하고 안정된 직장이 있으므로 가족과 직장을 두고 재판을 받지 않고 도망갈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구속영장실질심사의 구속영장 발부율이 매우 높아 사실상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양심에 반한 자백을 하고 선처를 구하며 영장기각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사단계에서의 영장발부 기준은 다른 쟁점이 있으므로 만약 억울한 점이 있다면 적극 방어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영장기각율이 높은 이유는 위와 같은 각 절차에 따른 쟁점에 집중해 변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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