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서우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카드대금 독촉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카드회사가 아닌 신용정보회사나 유동화전문회사 명의로 독촉이 오는 경우가 많다. 원금보다 이자가 큰 경우도 있다. 이런 독촉을 받으면 대부분 혼란스럽다. 정말 미납대금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업무착오가 있는 것인지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어 난감하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 만약 미납대금이 있다면 이자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개 독촉회사에 전화를 하여 상황파악을 한다. 그러나 회사는 미납대금이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일부라도 갚으면 감액해 줄 수 있다고도 한다. 다급한 마음에 일부를 갚거나 변제날짜를 연기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오래된 카드대금의 미납여부를 일일이 다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소멸시효’이다.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장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권리마다 시효기간이 다른데 카드회사의 카드대금 채권은 상법에 의해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즉, 5년이 지난 카드대금은 갚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소멸시효에 대해 주의할 것이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라도 당사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면 채권이 부활한다는 것이다. 시효가 완성된 것을 알고 포기하면 억울하지 않겠지만 일정한 행위를 하면 포기로 보는 경우들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변제이다.
시효가 완성되어 갚을 필요가 없는 채권에 대해, 일부라도 변제를 하면 채무승인이 되고, 채무승인은 시효이익 포기로 간주될 수 있다. 법률절차를 하겠다는 으름장이 담긴 독촉장을 받으면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전화를 걸어 채무승인 취지의 말을 하거나 일부변제를 하면 이미 소멸되어 없어진 채무가 부활하는 것이다. 실무상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독촉절차를 법원의 지급명령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지급명령은 채무자가 그 결정문을 받은 후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라 하더라도 지급명령에 이의를 하지 않으면 채권이 부활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낭패는 보는 경우이다.
정리하자면 회사가 보낸 독촉장에 대해서는 너무 적극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소멸시효 완성여부와 대응방법에 대해 법률전문가에게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법원의 지급명령 절차를 통한 독촉에 대해서는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여 정식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소멸시효를 주장해야 한다.
다행히 2020년 12월 29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소멸시효 기간을 반드시 통지 하도록 하고, 일정 금액 이하의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양수와 추심이 금지되는 것을 명문화 했다. 이를 통해 이미 소멸된 채권을 추심의 방법으로 되살리는 문제들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문의 307-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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